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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늑장대응’ 의혹, 언급조차 않는 언론들[기자수첩] ‘삼성 기흥공장’ 언론보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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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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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5  16:22:31
수정 2018.09.05  17: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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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측은 이들이 이산화탄소 유출로 인한 질식으로 쓰러진 것으로 추정하면서 자세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분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관련 부처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2018년 9월5일자 27면)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산화탄소 유출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하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과 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2018년 9월5일자 29면) 

어제(4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사고를 보도한 오늘자(5일) 경제지 보도 가운데 일부입니다. 

삼성 측의 늑장대응 의혹…그러나 많은 언론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해당 사건을 ‘단순 사고’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삼성 측 입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보도유형은 두 언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언론이 비슷한 보도패턴을 보였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 문제 없나요? 저는 문제 많다고 봅니다. 사고 당시부터 삼성 측이 늑장대응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상당수 언론은 이런 점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화성과 수원 사업장에서 유해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늑장 신고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이런 부분을 언론이 주목해서 ‘진상 파악’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건을 단순 사고로 보도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어제(4일)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그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따른 사고에서 피해자는 대부분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와 함께 삼성전자 사업장 안전 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사건을 ‘단순 사고’로 보도하면서 ‘이런 부분’을 애써(?) 외면합니다. 

반면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분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관련 부처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삼성 측의 입장은 열심히(?) 보도합니다. 지난 2013∽2014년 사고 발생 이후 삼성전자는 앞으로 사고 때는 신속히 신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어제(4일)도 사고 발생 직후 바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 1명이 숨진 뒤에야 노동부와 소방당국에 신고했습니다. 

중앙일보 “사고 발생 이후 상당기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삼성 기흥공장’ 사고에서 삼성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오늘(5일) 중앙일보 보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사고 발생 이후 상당 시간 동안 사고발생 부근 직원들에게조차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앙일보가 14면에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문제는 사고 발생 후 상당 시간 6-3라인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인원 소개(疏開)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의 안전업무 담당자는 ‘반도체 공장 지하에는 수십 종의 유독가스가 흐른다’며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자칫 다른 폭발성 가스가 누출됐다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불산가스 유출 사고 이후 삼성은 이런 사고가 날 경우 전원 대피 및 인원 소개하는 방향으로 안전 매뉴얼을 강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2013년 5월 6일 경기 화성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삼성불산사고대책위가 또 다시 불산누출사고,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삼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앙일보가 삼성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배경이나 이면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오늘자(5일) 보도는 사고발생 이후 삼성전자 측의 조치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 상당 시간 6-3라인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인원 소개(疏開)도 하지 않았으며 △이런 사고가 날 경우 전원 대피 및 인원 소개하는 방향으로 2013년 안전 매뉴얼을 강화했음에도 이번 사고에서는 이런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쪽은 이번에 사고가 난 뒤에도 2시간 동안 소방당국에 알리지 않고, 자체 소방대에서 사고를 처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입니다. 

그런데 조선·동아를 비롯한 많은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사고’로 보도합니다. ‘삼성의 늑장대응’과 ‘직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치’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 자리엔 ‘위로의 말씀’과 ‘사고조사에 적극 임하겠다’는 삼성 측 입장이 자리합니다. 

‘삼성 늑장대응’ 의혹은 언급조차 않는 언론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삼성은 한국 언론에게 성역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고발뉴스가 삼성전자 유해가스 유출 사고 실태를 만화로 정리했습니다. 
[카툰] 삼성의 맨얼굴 ‘삼성묵시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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