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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진압 실행계획’-정치논란 부추기지 말라는 동아일보[기자수첩] 전면적인 조중동 개혁없이 어떤 정부의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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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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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9  09:29:04
수정 2018.07.09  0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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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위수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박근혜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위수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보도 검열, SNS 폐쇄 같은 여론 차단 방안도 나와 있습니다. 

사실 기무사가 이런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 자체도 충격이지만 더 놀라운 건 군 병력 배치계획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지적했지만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이미지 출처=군인권센터>

성급하게 논란 부추길 일 아니라는 동아일보 

그런데 기무사 ‘문건’ 내용보다 더 충격적인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위수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에 대해 ‘소모적인 정치논란’을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한 언론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처럼 그냥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나마 나았을(?) 법한데 이 신문은 당당히(!) 기무사 문건을 “촛불집회만 겨냥한 ‘촛불진압 실행계획’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합니다. 

용감한(?) 신문은 동아일보입니다. 동아일보는 오늘자(9일) 사설에서 해당 기무사 문건이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이 탄핵 결정 내용에 불복해 청와대와 헌재에 화염병을 던지고 과격시위를 벌이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고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여 명, 특전사 병력 1400명의 동원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도 ‘증원 가능 부대는 20사단 30사단…’을 보고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적폐’로 지목한 기무사의 개혁을 노리고 사실관계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것은 저의를 의심받을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군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인지, ‘촛불 진압 후 쿠데타’ 시나리오를 만든 것인지는 조사해 보면 밝혀질 것이다. 성급하게 논란을 부추길 일이 아니”라는 게 동아일보의 결론입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어이가 없습니다. 일단 다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계엄령의 주무부서는 합동참모본부입니다. 법적으로도 청와대 경호실이 기무사를 비롯한 대전복 임무수행 부대들인 수방사와 특전사 등을 통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가 이런 문건을 작성했다? 기무사 단독으로 문건을 작성했는지, 아니면 ‘비공식 지휘라인’을 통해 작성한 문건인지, 군 내부 충성경쟁을 둘러싼 결과물인지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문건 작성 경위 못지않게 최종 보고가 어디를 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합니다. 

동아일보처럼 “‘적폐’로 지목한 기무사의 개혁을 노리고 사실관계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것은 저의를 의심받을 뿐”이라는 주장을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무사 ‘언론통제 방안’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언론이 언론인가 

더 놀라운 건, 기무사 문건에 ‘언론통제 방안’까지 거론됐는데도 동아일보 사설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운영, 軍(군) 작전 저해 및 공공질서 침해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통제”라는 부분이 나와 있습니다. 만약 기무사 문건대로 실행이 됐다면 보도 검열은 물론 SNS 폐쇄 같은 여론 차단이 현실화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엉뚱하게(?)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선 쿠데타가 구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다”면서 “설사 그런 기도를 하더라도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서울지역 위수령 발령시 경찰은 1선에, 군은 2선에 배치해 방어선을 보강하고 시위대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 인계한다는 기무사 세부 계획을 보고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동아일보가 놀라울 뿐입니다. 계엄령 선포 시 청와대에 공수여단을 투입하고, 국가 주요시설과 집회 예상 지역에 기계화사단 6개 기갑여단 2개, 특전사 부대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을 보고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동아일보의 ‘무딘 민주주의 감수성’이 두렵습니다. 

마치 광주가 유혈진압 된 1980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 사설-‘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광주사태를 진정시킨 군의 어려웠던 사정을 우리는 알고 있다. 30년 전 6.25의 국가적 전란 때를 빼고는 가장 난삽했던 사태에 직면한 비상계엄군으로서의 군이 자제에 자제를 거듭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 국군이 선량한 절대다수 광주시민, 곧 국민의 일부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이번 행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계엄군은 계속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민의 군대로서의 사명을 다해줄 것을 거듭거듭 당부해마지 않는다.” (조선일보 1980년 5월28일자 사설) 

   
▲ <사진출처=5.18기념재단>

저는 기무사 문건 작성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국방부가 앞으로 밝혀내야한다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지휘계통상 독립전투여단급 이상 부대이동은 합참의장 권한이라는 겁니다. 국방부 장관의 승인도 필요합니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시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그럼 누가 관여했을까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합니다. 

이런 언론을 두고는 어떤 정부의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경호실이 개입했는지도 조사대상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역시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오늘자(9일)에서 지적한 것처럼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무도한 계획을 세운 당시 군의 책임자와 관계자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엄중처벌” 하지 않으면 ‘이런 계획’은 또 다시 비밀리에 검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 논란’ 운운하며 군과 기무사 개혁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일부 언론을 그대로 두고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어제(8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도 확인된 내용이지만 ‘삼성 장충기 문자’ 파문에 연루된 언론인 상당수가 여전히 ‘현직 언론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행태와 관련해 사과나 반성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1980년 5월28일 조선일보 사설에 대해 조선일보가 공식적으로 사과나 반성문을 게재한 적이 있던가요? 없었습니다. ‘그런 언론’과 ‘그런 언론인’들이 여전히 현직 언론인 신분을 유지하며 ‘적폐 청산’과 ‘개혁 정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의한 언론개혁은 신중해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언론’을 그대로 두고는 어떤 정부의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시민을 향한 무력진압을 기획한 기무사에 대한 비판도 ‘정치논란’이라고 하는 언론이 유력 언론으로 존재하는 한, 한국의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전면적인 조중동 개혁없이 문재인 정부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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