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제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북리뷰] 공갈정권 타파극, 신간 <노종면의 돌파>

신간 <노종면의 돌파> 표지
신간 <노종면의 돌파> 표지

언론 비정상의 시대, 한 명의 해직언론인은 이렇게 외친다. “내가 가장받고 싶은 상은 그저 정상이다”, “앵커이고, 기자이고, PD이고 싶다. 제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YTN의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 PD, 트위터 언론 <용가리통뼈뉴스> 운영자, YTN 노조위원장이자 해직기자. 해직언론인이 만든 인터넷방송 <뉴스타파>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죽어가는 저널리즘의 복원”을 선언하며 MB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섰던 언론인 노종면. 그가 YTN의 1500일이 넘는 투쟁을 담은 공갈정권 돌파극, 신간 <노종면의 돌파>를 세상에 내놨다.

<노종면의 돌파>는 ‘YTN 사태’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정권은 대선특보 출신 구본홍 씨를 YTN 사장에 임명한다. 저자는 노조위원장이 돼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주도한다. 그 대가로 동료 5명과 함께 해직되고, 경찰에 체포돼 12일간 구속생활을 경험한다. 복직을 둘러싼 법정다툼, 구본홍 사장을 대신해 내려온 새로운 낙하산 사장 배석규 씨를 상대로 한 투쟁도 이어진다.

<노종면의 돌파>는 YTN의 투쟁기록 백서이길 거부한다. “화날 때 웃는다. (그게) 고수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는 분노와 슬픔 대신 웃음이 담겨 있다. 시작부터 YTN 언론인들의 기발한 투쟁 이야기가 펼쳐진다.

#1. “구본홍은 물러가라, 구본홍은 집에가라”를 외치며 YTN 노조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점거하고 염불을 왼다. 염불투쟁에 시달린 구본홍 사장은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17층 사장실까지 계단을 이용해 출근한다.

#2. 작전명 '로고'. YTN 노조는 뉴스 방송에 ‘공정방송’ 로고를 집어넣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당황한 사측은 우왕좌왕하며 ‘공정방송’ 로고를 가린다. 이 때 확보된 예비로고가 등장해 다시 ‘공정방송’ 표시가 화면에 뜬다. 노조가 스스로 철수하기까지 40분동안 YTN 보도에는 '공정방송' 표시가 남는 기막힌 시나리오가 성공한다.

2009년 4월 2일 12일간의 구속 수감을 마치고 석방된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 ⓒ YTN 노조
2009년 4월 2일 12일간의 구속 수감을 마치고 석방된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 ⓒ YTN 노조

저자 역시 웃음의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경찰서에 붙잡혀 유치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하염없이 누워있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출소 시 좀 더 폼나는 헤어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추천사를 통해 이런 노종면에 대한 확신을 보낸다. “웃음이 빠지지 않고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튼실한 사람인가를 증거한다”며 “길게 갈 수 있겠다. 노종면이 있어 참 좋구나!"라는 믿음을 보인다.

유머 속에서도 저자는 언론계의 관행에 대한 날선 문제제기를 잊지 않는다. 언론인으로서 저자는 언론자유의 해법을 ‘대통령’에게 찾지 않는다. 출입처 제도 혁파와 스펙 중심의 언론사 입사제도 타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론계의 관행에도 과감히 맞선다. 할말만 하고 카메라를 꺼달라고 요구하는 검찰 앞에 저자는 끝까지 카메라를 들이댄다. 검찰이 끝내 제지하자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을 하고, 그 내용을 보도한다. 노종면 기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출입처 혁파 등 보다 구체적인 (언론개혁) 요구를 하는데 도구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99%가 원하는 진짜 뉴스를 지향합니다" YTN 해직기자 노종면은 <뉴스타파> 시즌1에서 앵커로 출연했다. 현재는 <용가리통뼈뉴스>를 다시 운영하고 있다. ⓒ 뉴스타파 화면 캡처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99%가 원하는 진짜 뉴스를 지향합니다" YTN 해직기자 노종면은 <뉴스타파> 시즌1에서 앵커로 출연했다. 현재는 <용가리통뼈뉴스>를 다시 운영하고 있다. ⓒ 뉴스타파 화면 캡처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바로 이 사람들에 대한 가슴 찡한 애정과 의리 때문이었다”. YTN 4년 여정의 결말은 결국 사람이다. 저자는 같이 해직당한 5명의 YTN 동료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에피소드를 여러 장에 걸쳐 펼쳐보인다. 4년동안 해직기자 6명의 생활을 보전해주기 위해 ‘희망펀드’를 만들어 운영해온 YTN 동료들. 투쟁기간 아버지를 떠나보낸 세 명의 해직동료와 아이를 얻게 된 세 명의 해직동료 이야기를 풀어냈다. 엄혹한 언론 현실이지만 그래도 노종면 기자는 새로운 희망을 말한다. "여러 언론사가 동시에 같은 고민을 하며 같은 방향을 모색해본 것은 94년 입사 이후 처음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퍼플카우 펴냄 △240쪽 △정가 13000원.

<노종면의 돌파> 북 콘서트가 오는 28일 7시 반부터 2시간동안 명동 해치홀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특별 게스트로 △고재열 시사IN 기자 △김진혁 EBS PD △박대용 춘천MBC 기자
△허재현 한겨레 기자 △미디어몽구가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을 원하는 독자는 ‘Yes24 홈페이지’(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810?Ccode=000_004_008)나
노종면 기자 트위터(@nodolbal)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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