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기준 제시한 것일뿐”…시민단체 “강제구인 등 엄격처벌해야”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게 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면죄부‘라며 혹평했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서정현 판사는 24일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식재판에 회부된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 관행 및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는 국민적 관심사 중 하나였다"며 "피고인은 신세계 부사장이자 신세계SVN의 대주주로서 국회에 나가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공소사실을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출석 예정일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전문경영인을 대기시킨 점 등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10~11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및 '대형 유통업체 불공정거래 실태 확인'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3차례에 걸쳐 거부한 정 부사장 등 재벌 2·3세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정 부사장을 벌금 4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직접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재판에서 "해외 출장이 겹쳐 불출석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 부사장은 선고 후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향후 국회의 증인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이재화 변호사는 24일 ‘go발뉴스’에 “법원이 재벌 총수와 그 일가의 국회 불출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고 혹평했다.
이 변호사는 “재벌총수들에게 1000만원~1500만원의 벌금은 의미가 없다”며 “향후 어떤 재벌이 국회에 출석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정당한 사유로 출석을 요구했을 때 응하도록 만들 실효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국회는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연 팀장은 ‘go발뉴스’에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회가 청문회, 국감 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강제 구인 등 향후 (국회 청문회 등에) 안 나오지 못하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이외에도, 국회가 자료제출을 요구할 때 기업들이 늦장 제출해 청문회, 감사 등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 김삼수 팀장은 ‘go발뉴스’에 “이번 벌금형 제재는 현 상황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향후 비슷한 혐의에 대한 처벌의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도 “좀 더 강화된 제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이번 벌금형은 미미한 수준이다. 향후 출석률을 높일 보장이 어렵다”며 “청문회, 국정 감사 등에 증인들이 불출석 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관련 법개정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 부사장의 오빠 정용진(45) 신세계 부회장은 벌금 최고액인 1500만원을, 정지선(41) 현대백화점 회장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공판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