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은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우측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오전 ‘국정농단 방조’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제공=뉴시스>

법원이 20일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전체 범죄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볼 때 구속해야 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여당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듣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 전 국장이 어떤 인물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번 구속영장에 담긴 범죄 사실은 추 전 국장이 저지른 악행 중 0.1%도 되지 않는다”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국정농단 지원의 핵심인물”이라고 역설했다.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은 한마디로 국정원의 우병우”라며 “이명박 정부때는 친이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불리한 정보도 생산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 가보니 추 전 국장이 있었다”며 “어떻게 왔나 했더니 박 전 대통령의 지역구 사무실 간부가 추 전 국장의 누나였다”고 되짚었다. 

이어 그는 “추 전 국장은 무적이었다”며 “신속하고 조용하게 국내 정보수집파트를 장악해 갔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정보수집 담당인 8국장에 올랐고 ‘피의 숙청’을 벌였다”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최순실씨 국정농단 낌새를 보고한 성실한 요원들은 복장불량, 유언비어 유포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좌천당했다”고 말했다. 

이후 “우병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해서 보고서를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국정원 국내파트에 퍼졌다”며 “모두 입을 다물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은 대신 신뢰하는 부하들로 별도의 팀을 구성해 우 전 수석만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인터넷, 인트라넷을 모두 제거해버린 멍텅구리 PC로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추명호 무적이었다, ‘피의 숙청’…상급자 ‘하이패스’, 우병우에만 직보”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은 국정원 2차장과 국정원장도 우습게 알았다”며 “상급자를 ‘하이패스’하고 우병우 전 수석에게만 직보했다. 간혹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가 있던 요원을 통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며 “그렇게 만든 것 중 하나가 언론에 보도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동향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또 “특별감찰관실 인원을 추 전 국장이 마음대로 했다”며 “감찰실에 있던 추씨에게 불리한 자료는 모두 삭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파트 인사를 국정원장이 못하고 추 전 국장이 알아서 했다”면서 “‘추 전 국장에게 찍히면 좌천된다’고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2014년 연말 인사에 이병호 국정원장이 다음 인사부터는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가 석달도 안돼서 그만뒀다”며 “추씨는 한마디로 청와대가 인정하는 사실상의 국정원장이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이 국정농단에서 차지하는 지휘와 역할은 ‘탑10’에 들어간다”며 그런데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미비하다는 것이 기각사유라니 기가 막히다“고 법원을 성토했다. 

그는 “추 전 국장은 멍텅구리 PC를 없애고 사무실과 집을 깨끗이 치우고 검찰 압수수색 때도 문을 잠그고 항거했다”며 “우 전 수석과 엮이기만 하면 왜 이렇게 작아지는가, 이 땅에 정의가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영장전담 판사가 다른 외적인 고려 없이 오로지 기록에 의해서 판단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걸쳐 국내정보 사찰, 정치개입한 장본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걸쳐서 국내 정보를 사찰, 수집하고 정치에 개입한 장본인”이라며 “구속영장 기각은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추 전 국장이 사찰했던 것은 금태섭‧조응천 의원, 이석수 전 감찰관을 사찰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찰한 사람 중에는 여성과의 불륜, 모 앵커와의 관계, 수십억 금품수수 등 적나라한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더군다나 추 전 국장의 영장 기각은 우병우 전 수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추 전 국장은 특별감찰관실의 우 전 수석 내사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고 관련 기관은 이렇게 협조해줘라, 특별감찰관실 분위기는 어떠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런 내용이 영장전담판사에게 제출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기각사유에도 소명이 무족하다는 얘기는 안 나온다”며 인지 가능성을 추정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전체 범죄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미비하다고 기각 사유에 적혀 있는가”라며 “추 전 국장의 지위와 역할을 몰랐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알았다는 얘기일까, 우 전 수석과의 특수 관계를 알았기에 기각했다는 얘기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강 법원장은 “신뢰를 높여나가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새벽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전체 범죄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