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손혜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여론을 충분히 들으시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실거라 믿는다”며 사실상 임명철회를 요청했다.

손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래 함께 일하셨으니 익숙하고 또 든든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뽑은 문재인 대통령은 신중한 분이다. 국민을 향해 늘 귀를 열고 계시는 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한 네티즌이 “대통령의 인사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감놔라 배놔라 하지말고 일단은 지켜보고 임명 후에 일을 못한다거나 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게 맞다고 본다”는 댓글을 달자 손 의원은 “과학계가 불같이 들고 일어났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비판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잘못된 인사로 인한 파장이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끊고 가야한다”고 답했다.

“문제있는 사람인데 대통령이 그냥 아는 사람 뽑았다는 말이냐”는 댓글에 대해서는 “‘익숙’한 것은 오래 아신 것, ‘든든’한 것은 실력이 있다고 믿으신거 아닐까요?”라며 “저는 문 대통령을 믿습니다. 잘 판단해서 결정하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당 내에서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비단 손 의원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서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경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박 본부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신 의원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과학계에서도 반발이 격렬한데 쉽지 않은 것 아니냐, 이런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며 “위원회의 대부분 의원들도 전반적으로 다 그런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인 박 본부장은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를 통해 “최근 저의 임명과 관련해서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에 기대를 갖고계신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무척 송구하다”면서도 “과학기술혁신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서 연구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보고 싶다.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10일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대변인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과기보좌관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IT‧과학기술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 그런점에서 박기영 보좌관은 공도 있었다. 그의 과와 함께 공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 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그의 과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에 적임이라고 판단했다”며 “과기혁신본부장은 그가 오래 전에 했던 과기본부장과 같은 급의 직책이고 더 나은 자리도 아니라는 점을 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가 박 본부장에 대한 임명철회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임명 취지에 대해 널리 이해를 구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다소 여지를 남겼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사청문회가 보장된 후보의 경우 해명이든 반성이든 사과든 아니면 낙마든 청문회까지는 보장돼야 한다는 차원이 있었는데 그런 시각으로 보면 박 본부장도 (오늘 간담회처럼) 본인이 해명할 수 있는 기회까지는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그 기회를 가졌고 이후에 여론과 과학계의 반응, 국민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