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 고소득자와 초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보수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이를 반대하는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증세라기보다는 책임에 맞게 세금을 내는 것”이라며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제공=뉴시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제와 재정 운영의 기본원리를 아예 무시하면서 만들어졌다”며 “치밀한 준비와 검토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서 무리하게 졸속적으로 만들어진 세제 개편안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한쪽에서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푼다고 해놓고, 또 한쪽에서는 국민들로부터 다시 세금을 걷어들인다, 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세금을 더 풀든지 해야지, 앞뒤가 맞지않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세의 경우엔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전세계가 지금 자국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며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법인세를 인상한 대통령이 있느냐? 단 한분도 없다. 그리고 최근 5년간 OECD 국가 중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는 제가 알기론 단 한나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해 “일반적으로 우리 경제 논리대로 가는 것이 좋은데 다른 나라의 추세하고는 다르게 우리는 소위 역주행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우리가 심도있게 논의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앞서, 정부는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소득세의 경우에는 과표 5억원 추가구간에 적용되는 명목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했다. 아울러 3억원~5억원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추 의원은 “증세, 그리고 세금 확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담세 능력이 높은 고소득자에 대해 세율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상위 1%가 현재 납세 비중이 43%다. 이건 미국, 영국보다 훨씬 높다”는 논리를 폈다.

▲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이어 “우리나라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는 구조다.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47%나 된다”며 “그래도 고소득자가 조금 더 세금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 해서 최근 수년간 억대 고소득자에 대해서 세율을 집중적으로 인상해왔다. 지난해 말에도 5억 초과 고소득자에 대해서 세금을 2%p 인상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율 인상 효과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이렇게 간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우택 원내대표는 소득세 인상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과 같은 합의가 이뤄져 간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법인세 부분은 양보할 생각이 없지만 고소득자 중심으로 인한 증세는 충분히 논의해 볼만하다는 말씀이시군요”라는 진행자의 언급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세형평성 달성에 실패한 이전 정권 감세정책 정상화”

바른정당도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종철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우리는 당초 초대기업에 대해 ‘감세’ 이전으로 올리는 방안에 반대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를 감안해 신중한 논의를 해 가야 함을 주문했다”며 “증세를 반대하지 않지만 이런 식의 논의는 안 된다는 합리적 고민과 문제의식에 귀를 닫으며 밀어부친 문재인 정부의 세법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증세 효과 3.63조원에 비과세감면 효과를 더 해도 연 5.5조원에, 이미 몇 달 지나갔지만 5년을 온전하게 적용해도 27.5조원 밖에 세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데 어떻게 178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결국 그 차액은 국가부채를 증가시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증세를 갖고 과연 국정과제 재원 178조를 마련하는데 충분하냐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냐”는 질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저희가 세입 부분에서 당초 82조원 규모를 확충하려고 했다. 그 중에 국세 77조원을 확충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세제개편을 위해 연간 5.5억원, 그래서 5년간 27.5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런데 세수 전망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저희가 잡아놓은 것이 60.5조원이다. 27.5조원과 60.5조원을 합치면 88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김 의원은 “‘부자증세’라는 말보다는 명예롭게, 사회적인 지위가 있으신 분들이 거기에 대해서 명예롭게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고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며 “증세라기보다는 책임에 맞게 세금을 내는 것이다. 사실 과세라는 측면도 정부 입장에서 과세하는 것이고 세금을 납부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납세라는 측면이 맞을 것이다. 명예롭게 자신의 지위와 책임에 맞게끔 납세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밝혔다.

▲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대기업 위주,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을 돕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초거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대한 적정과세는 법인세 감세를 통한 기업 발전과 조세형평성 달성에 실패했던 이전 정권의 감세정책을 정상화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기적 인기에 기댄 무분별한 도로 건설, 4대강 사업, 자원 외교에 들어갔던 세금을 앞으로는 오롯이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약속이다. 이것이 조세정의에 맞다”며 “혈세로 벌어진 빚잔치, 극소수의 배만 불렸던 정책을 정상화시켜 다수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민께 되돌려 드리겠다는 것이다. 세금을 제대로 쓰면 재원은 충분히 만들어진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