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성모병원에서 검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 수감 중 왼쪽 4번째 발가락을 다쳐 고통을 호소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블랙리스트 1심 선고’와 관련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부가 아닌데 굳이 면죄부를 준 판결을 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의 1심 “판결문을 입수해 정독해보니 뜨악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취지를 설명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해 좌파 지원 축소와 우파 지원 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단적으로 써 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은 문화국가를 원리로 표방하고 있다”며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실정법 위반만 아니면 그것을 이유로 차별하라고 돼 있지 않다”고 위헌적 부분을 짚었다. 

박 최고위원은 “그렇게 해놓고 정작 김기춘 등 유죄가 선고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부분이나 문예기금 지원 부분, 영화제‧영화관에 대한 지원 부분 등에서 단지 좌파 또는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해놨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재판부가)박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를 지시했고 관련된 보고를 받은 것도 인정했다”며 “그래놓고 헌법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적시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명백하게 무죄라는 취지로 확실하게 써놨다”면서 “공소장에 공범으로 열거가 돼 있지만 당해 피고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공범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 대체적”이라고 이례적인 부분을 짚었다. 

호칭에 대해서도 박 최고위원은 “김기춘, 조윤선, 김종덕, 김상률 등 다른 피고인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장관, 비서실장, 수석으로 근무한 사람이라고 명확히 신분의 변화를 설명해놨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서 국가 원수, 또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 사람’이라고 해놓고 괄호치고 ‘이하 대통령이라고 칭한다’고 해놓고 이후 ‘대통령은..’, ‘대통령은..’이라고 표현해 놨다”고 비교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은, 파면된 신분적 요소는 단 한마디 언급이 없다”며 “헌법‧법률을 해석하는 가장 중추적 기관인데 지난 역사적, 헌법적, 법률적 사실들을 단 한마디도 표기하지 않았다, 놀랍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 여부와 관련 박 최고위원은 “원칙과 자기 판단에 철저하지 않으면 이웃재판부가 한 재판에 다소 영향을 받는다”며 “우려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판결이 나오자마자 법원이 부랴부랴 공보관을 통해 해명하고 확실히 무죄, 면죄부를 준 판결이 아니라고 얼버무리는 것도 굉장히 이례적이다”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조윤선 ‘미필적 고의’ 눈감아…관계자들 특검 진술 철저 배제‧무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의 무죄 판결과 관련 박 최고위원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형량을 적게 준 이유를 판결문에 써놨는데 이번 재판부의 성격이 드러난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보수주의를 표방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들로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좌편향 되어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를 단기간에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지나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 개인 등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다른 국정농단 범행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른 것이어서 이를 양형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는 것.

박 최고위원은 “최순실의 사익 추구와 비교했을 때 참작할 만하다는 취지”라며 “이런 인식의 토대가 조윤선 전 장관 무죄의 바탕이 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만들었고 지원배제 대상자 명단을 관리하고 실제 지원 되는지 안 되는지 계속 점검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 전 장관 관계자의 진술이 바뀐 부분도 있지만 유독 특검에서의 진술은 철저히 배제‧무시하고 법정에서의 증언만 부각시켜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사정을 알았을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직접 승인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미필적 고의라는 법리는 눈감은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의 국회 위증 유죄 판단에 대해서도 박 최고위원은 “만약 블랙리스트가 무죄라면 국회에서의 증언도 다소 위증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처벌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