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각 당마다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논평들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모습이다.

▲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제공=뉴시스>

정진우 부대변인은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법원의 유죄선고를 환영한다”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치적 성향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케 한 죄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유린한 중죄이다. 사필귀정”이라고 논평했다.

정 부대변인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유죄선고는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 결과와 매우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며 “블랙리스트건에 대한 선고뿐 아니라, 추가적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도 법원의 추상같은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국정농단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일구어 낸 것이다. 촛불혁명의 주인공인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논평을 마무리했다.

김현 대변인은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관련,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라며 “수많은 사람을 고통 속에 빠트려 놓고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뻔뻔한 김기춘 전 실장은 더 늦기전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김 전 실장 재직 시절에 벌어진 직권남용 사례는 이 외에도 차고 넘친다. 특히,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에 김 전 실장이 직권 남용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법은 과거 권력에 매우 관대한가 보다”

<뉴시스>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조윤선 전 장관은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청와대 관계자 진술에 비춰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 부임 당시 문예기금 지원 배제 명단 등의 보고까지 받았다고 보기 부족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 승인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판결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최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국기문란의 장본인들에게 내리는 단죄의 정도가 고작 최고 3년이라는 것은 황당할 따름”이라며 “조윤선 전 장관을 집행유예로 풀어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국기문란 사범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고작 이 정도라면 앞으로 이어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한 판결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하나같이 대한민국의 국기가 달린 엄중한 판결들이다. 법원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금석을 세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라며, 맹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27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제공=뉴시스>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판결과 관련, 트위터에 “법은 과거 권력에 매우 관대한가 보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직권남용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아직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선고가 남아있다. 엄격한 법의 잣대로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국민의 눈이 사법부를 향해 있다”고 논평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선고를 토대로 향후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재판 결과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으로 유죄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사과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참 후안무치하고 무책임한 정치집단”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