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서해성] 김군자 할머니의 귀

<김군자 할머니의 귀>

평생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남은 오른쪽 귀로 꼭 한 가지만은 듣고자 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으로 사과한다. 

열일곱 살 적 훈춘에서 일본군에 얻어 맞아 한쪽 귀를 잃었다. 
남은 한쪽 귀로 반드시 듣고 싶어 아흔한 살까지 기다렸다. 
사과를 듣지 못하고 떠난 몫들까지 듣고자 더 오래 기다렸다. 

평생 한쪽 귀로 듣지 못했다. 
사과를 듣는 데는 두 귀가 다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한쪽 귀로 모은 기부금 2억6천만 원을 두고 떠나는 날까지 듣지 못했다. 

장맛비 퍼붓는 밤
이 세상에 귀 한쪽 남겨놓고 간 할머니가
저기 돌아보신다.

들려드려야 한다. 
들려들려야 한다.  
저 귀에 들려드려야 한다. 

▲ 故 김군자 할머니 생전 모습 <사진출처=나눔의집>
▲ 故 김군자 할머니 생전 모습 <사진출처=나눔의집>

* 정부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살아 계신 분은 3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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