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노종면 “MBC 노동자 투쟁, 촘촘히 확산될 것”
제작거부 선언에 나선 MBC ‘PD수첩’ 제작진이 “지난 몇 년간 절실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PD 수첩’을 이끌었던 최승호 MBC 해직PD는 “사측은 사사건건 자율적인 제작을 막아왔고 PD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이들의 투쟁을 응원했다.
23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영백 ‘PD수첩’ PD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이 지난 몇 년 간 정말 절실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지 못했다”며 “PD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장·본부장 선에서 못하게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에 맞서거나 의견 차를 보이면 인사 등으로 압박을 해왔다”고 제작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등에 따르면 ‘PD수첩’ PD 11명 중 10명과 작가들은 지난 21일 오후 6시를 기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제작거부의 직접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 PD는 “2014년 사업부서로 발령 나 스케이트장 관리를 했다.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이 났고 3년 만에 제작 현장으로 돌아와 두 번 방송했다”며 “내달 1일 세 번째 방송 기획안으로 노동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며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5월31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 선고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부분이 실정법을 어긴 것인지, 노조위원장을 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는지,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그날의 일도 짚어보고 아울러 경찰 폭력 등 다양한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상균을 향하는 두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안을 냈다”며 “그런데 국장·본부장에게 거부당했다. 수긍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면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그동안 PD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던 일들도 있었고 PD수첩 전체의 일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제작진과) 토론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PD 두명이 지난 주말 국장을 만나고 왔는데 기획안은 결국 거부됐다”며 “우리는 함께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방을 안하고) 프로그램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인 PD들의 자율성·공영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조 등 다른 조직과의 협의여부에 대해서는 “PD수첩 차원에서 (제작거부를) 결정했다. 프로그램을 안 하겠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신분상 민사 문제 등 압박이 있을 수 있어서 보호 수단과 관련해 노조에 몇 가지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작 거부 이유를 성명서로 낼 생각이고 월요일(24일)부터 피케팅을 하며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사제작국 “결방사태 책임, 전적으로 제작진에”…자한당도 사측 옹호
이와 관련, 최승호 MBC 해직PD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만이 아니라 MBC 사측은 사사건건 PD수첩의 자율적인 제작을 막아왔다. PD들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PD는 “그동안 PD수첩 피디들은 한편으로는 사측의 탄압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의 차가운 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EK. 세월호 문제, 최순실 사태 등을 제대로 보도하기 위해 애써왔지만 MBC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기 일쑤였다”며 “MBC 전체가 방송장악세력의 볼모가 돼 있는 상황에서 PD수첩 역시 그 일부로 보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PD수첩 PD들이 그 족쇄를 끊어낼 싸움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마 이번 제작거부로 PD수첩 PD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싸움이 다시 피디수첩을 살려낼 것이라 믿는다”며 “PD수첩 PD들의 싸움에 힘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고 “MBC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은 서서히, 그러나 촘촘히 확산될 것이다. 2012년 대파업 이후 소진된 동력이 묵직하게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는 글을 남겼다.
노 전 위원장은 “누가 도화선에 불을 당길 것인가. 김장겸 사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대오는 강고해지고 투쟁은 격렬해질 것이 자명하다”며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다. 비정상 세력이 비정상적으로 차지한 권력이 배후 권력의 엄호 없이 홀로 옥쇄를 하는 형국이니 전망도, 예상도, 전술도, 수순도 다 무의미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MBC 시사제작국은 입장문을 통해 “시사제작국장은 한상균 위원장의 구명문제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다룬다면 이해 상충에 따라 제척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적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지적과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과 두 달 전에 내려진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는 것은 자칫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뿌리째 부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방송 날짜를 불과 2주 남짓 앞두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상균 위원장 관련 방송이 사안의 중요성만큼의 충실하고 밀도 있는 취재를 담보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작거부에 따른 결방 사태 등 관련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제작진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그에 따른 사규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유한국당도 시사제작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관련 제작진이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이해상충 문제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며 이에 대해 사측이 우려를 표하자 ‘제작 거부’를 선언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