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장 어디에서도 끝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 당 대표들과의 오찬회동이 19일 진행됐지만 사실상 불참의사를 밝혔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끝내 청와대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홍 대표의 참석을 권유하는 의견들이 이어졌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이를 두고 여당 등 정치권에서는 비판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인데다가 정상외교 성과라는 국가적 의제, 그리고 여야 협치를 위한 자리인 만큼 제 1야당 대표의 불참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각당 대표들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회동 전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 및 최고위원·재선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청와대 회동이 있는데 적절하다고 보이지 않아서 참석하는 대신 수해지역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희경 대변인은 “오늘 청와대 영수회담에 홍 대표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어 “대신 청주 수해지역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하는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청와대에서는 식사를 하겠지만, 아픔을 겪고있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봉사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복잡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영수회담에 불참하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는 행위”라며 “‘막말’의 대명사를 넘어 ‘몽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정치는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개인적 앙금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홍 대표가 6년전 한나라당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한미FTA 국회처리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이를 반대한 것을 홍 대표가 언급한 데 대한 코멘트로 보인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홍준표 대표의 심리’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대선 때 문재인후보를 10분이면 제압한다고 호언장담했던 홍준표 후보. 허풍은 통하지 않았다. 열등감이 큰사람은 목소리가 높고 속앓이가 깊다. 홍 대표의 청와대 불참은 1/N속에 자기존재를 넣고 싶지않다는 유치한 심리. 빨리 벗어나시길”이라고 언급했다.

민병두 의원은 트위터에서 “관종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회동 불참하고 청주로 가서 봉사활동한단다. 봉사는 무슨 봉사. 일생이 사진찍기쇼다. 5시간마다 사진찍기쇼가 정치인줄 안다”며 “수업 빼먹고 불량학생처럼 따로 노는 모습이 반혁신의 아이콘같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입으로는 협치(協治)를 말하면서 몸으로는 협치(狹治-도량이 매우 좁은 정치)를 추구하고 있군요”라고 촌평했다.

靑 “회동 시간 당초보다 50분 훌쩍넘겨”…다양한 의제들 논의

제 1야당 대표가 불참하기는 했지만 이날 회동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오찬 장소인 상춘재 주변을 함께 산책하는가 하면 서로 손을 잡고 웃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각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찬회동 전 산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날 회동은 약 115분간 진행됐다. 박수현 청와대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초 70분이었던 예정시간을 50분이나 훌쩍 넘긴 것. 그만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진솔한 대화와 토론이 이뤄졌다는 것이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각 당 대표들은 ‘인사 5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 실질적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양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신고리 5‧6호기 중단, 남북관계 개선, 한미 FTA 개정협상 대책,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대책, 검찰청‧감사원‧국정원 등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방안, 공공부문 일자리,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문제와 선거제도 개선 등 다양한 의제들이 화두로 올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북측에 제의한 군사회담 등과 관련, “이번의 대북제의는 사전에 미국에도 통보하고 일본도 양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해외순방 때 미국, 일본 정상과 만났을 때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비정치적 인도적 대화의 구분에 대해 여러차례 설명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지만 그때 그때 상황속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 그와는 별개로 인도주의적인 대화는 우리가 주도는 것이며 이 역시 비핵화에 도움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5대 인사원칙에 대해서는 “선거 때 말씀드린 것은 원칙이다.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원칙을 실천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 했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원칙만 가지고 따지다 보니 지적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유감스럽다고 말씀 드렸다. 이번 인사가 끝나고 나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서 공개하고, 투명하게 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대책을 바로 발표했다. 연말까지 계속 보안하고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가 입법으로 받춰줘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함께 노력해 주시고 총력을 다해 가자”고 당부했다.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가 하고있는 것이 최선의 입장”이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정우택 지역구’ 찾은 洪 “들러리 안서려고 靑 회동 불참”

한편, ‘청와대’ 대신 ‘청주’를 방문한 홍준표 대표는 주요당직자, 당원 등과 함께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을 찾아 수해 복구활동을 했다. 이 지역은 다름 아닌 정우택 원내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 청와대 오찬회동에 불참하고 청주 수해복구현장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사진제공=뉴시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첫 회동에서 한미FTA를 따지다 보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굳이 오라고 하니 못 가겠다고 한 것”이라며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고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해발생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떠나 거센 비판을 받고있는 충북도의회 의원 4명 중 3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것과 관련, 홍 대표는 “징계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중간에라도 귀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날 해외연수를 떠난 자당 소속 도의원 1명에 대해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스스로 회초리를 들고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