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동에 참석하기보다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보복쇼’라는 표현을 사용해 현 정부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시절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나온 문건들을 공개한 것과 관련된 발언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하고 정태옥 원내대변인도 “전 정권을 망신주면 정치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문건 공개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여가는 듯한 모습이다.

▲ <사진=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홍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봅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 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정권 비리캐기 정치수사는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지는 글은 힙합뮤지션을 연상케 하는 ‘라임’이 돋보였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실패를 빌미로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이 작성불명의 서류뭉치를 들고 생방송 중계리에 국민 상대로 선전전을 벌리고”라며 “년간 300억달러 이익이 나는 한미FTA 재협상을 당하고도 사태의 심각성도 숨긴 채 검사가 하부기관인 국정원에 파견 나가 과거사 미화수사에 열을 올리고 방산브로커가 국방을 지휘하고”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이 교육을 맡고 전대협 주사파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 홍 대표는 “PK 지방선거 전략으로 멀쩡한 원자력건설을 중단하고 정지시켜도 관제 여론조사로 지지율 80프로라고 선전하는 나라”라며 “이것이 과연 나라다운 나라인지 우리 한번 지켜 봅시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청와대가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다고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아니라고 하면서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기지 않았느냐”고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전임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거나 대통령 기록관리 전문위원회에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중계 요청까지 하면서 공개했다”며 “여론몰이식 공세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려는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냐면 과거에 이런 유례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 “홍준표, ‘품격과 책임 있는 태도’ 보여달라”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문건공개와 관련 “공개적으로 까발려서 전정권을 망신주기 시작하면 아마 이 정부도 다음에 반드시 그런 정치적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이미 정권을 한번 잡았다가 (내주고) 다시 잡았지 않느냐”며 “그러면 좀 더 신중하게 사려깊게 행동하는 것이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가, 전 그렇게 꼭 이 정권을 가진 분들에게 지적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조직적인 범죄 기획 및 비리 행위를 추적할 수 있는 문건 공개에 일각에서는 ‘비밀 유출’로 본말을 전도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는 국정농단의 단초가 되었어야 할 ‘정윤회 문건’ 사건을 처리한 것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사건의 핵심인 문건의 내용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본말을 전도시켰다”며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정윤회 문건’처럼 ‘본말을 전도’하는 불순한 시도가 성공할 것이라는 오만함이 통할 시대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자필메모는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 또한, 대통령기록물법 상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고,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문서파쇄기를 대규모로 구입한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대변인은 “미처 인멸하지 못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덮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국정농단 관련자의 구속시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에 대해서는 “여야 5당 영수회담은 한·미정상회담, G20정상회의 등 정상외교의 성과를 공유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 및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그러나 제1야당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참여를 부탁하는 계속된 설득에도 불참 의사를 고집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내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 1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제공=뉴시스>

백 대변인은 “현 정부에 불만이 있다면, 영수회담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것이 당대표가 할 역할”이라며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대표까지 역임하신 분이 영수회담의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인데, 홍준표 대표의 불참에 국민들은 ‘몽니부리는 것’이고, ‘대놓고 협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백 대변인은 “한 때 집권당의 대표였고, 현재는 제1야당의 대표답게 ‘명분 없는 고집’이 아니라 ‘품격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안보정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의 대표에게 국민들은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음을 제발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