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은 바뀌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유력당권주자로 꼽혔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예상대로 새로운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간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홍 신임대표가 제 1야당을 이끌게 된 것과 관련, 각 정당에서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강한 비판이 공존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홍 신임대표는 3일 진행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및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투표결과, 총 7만 8299표 중 5만 1891표(65.7%)를 득표해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1만 8125표를 얻은 원유철 의원에 3만여 표차로 압승한 것. 3위 신상진 의원은 8914표를 얻는데 그쳤다.

▲ 3일 자유한국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신임 당대표.<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지난 5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약 2개월만에 자유한국당의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지난 2011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에서 물러난 지 약 5년 만에 당대표로 복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당 운영에 있어서 홍 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친홍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대거 지도부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철우 최고위원과 수석 부대변인을 맡았던 류여해 최고위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그간 당의 주류였던 친박계에서는 김태흠 최고위원과 이재만 최고위원이 당선됐지만 이들은 이철우, 류여해 최고위원의 득표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맹우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정의당 “경선과정서 낡은 계파싸움”…국민의당 “국정농단의 원죄정당”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원내정당 중 자유한국당과 정치적으로 가장 대척점에 있는 정의당은 비판에 가까운 관련 논평을 내놓았다.

추혜선 대변인은 홍 대표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면서도 “지난 정치역정에서 보여줬던 실망스러운 모습을 탈피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제 1야당으로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달라질게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당대회를 치렀지만 지금까지 딱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은 없다”며 “경선과정에서도 대한민국과 당의 비전을 놓고 경쟁한 것이 아니라 낡은 계파싸움에 골몰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정부 실패의 책임도 외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개혁까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자유한국당은 과거 새누리당을 그대로 답습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의 논평에도 비판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우선 축하의 말을 전한 김 대변인은 “국민들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를 선택한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1차 견제구를 날렸다.

이어 “그간 홍 대표가 보여 온 온갖 막말과 안보팔이, 반대를 위한 반대는 우리 정치의 먹구름과 같은 존재였다”며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원죄정당으로서 당명은 바꿨을지언정 본질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새 지도부 출범으로 다당제구조의 정치현실에 눈감은 극단적 패권주의의 DNA가 더욱 강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감자를 캐고있는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들과 이재만 최고위원 후보.<사진제공=뉴시스>

마지막으로 김 대변인은 “대선전 국민에게 석고대죄 했던 절실함을 잊지 말고 협치의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먹구름을 걷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조언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홍 대표의 취임 일성과 관련, “그릇된 보수와 결별하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합리적 보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호평했지만 “그동안 치열했던 경선과정을 거치며 후보들 간의 감정싸움이 심각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가 자칫 상처뿐인 결과로 막을 내리지 않으려면 홍 대표가 밝혔듯 당의 혁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홍 대표와 신임 지도부의 선출을 축하하고 “새롭게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자유한국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경제살리기와 북핵위기 극복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의의 정당인 국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사실”이라며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국회 정상화와 민생회복의 길이 열리게 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감자 캐던 차림’으로 결과발표 들어…이인제는 숫자 ‘삐끗’

홍 신임대표의 취임 일성은 그리 길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정당이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 선출할 때 유력 후보자들이 장문의 수락연설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소감을 전했다. 

“당 대표 맡겨주신 것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을 연 홍 대표는 “해방 이후에 이 땅을 건국하고 산업화 그리고 문민정부를 세운 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건 저희들의 자만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 대규모 행사장에서 진행되던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협소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게다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소재 감자밭에서 감자를 캐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선 참패이후 치러진 첫 당 대회인데다가 ‘달라질게요’를 모토로 한 만큼 민심과 가까이 하겠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 3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인공눈을 닦아내고 있는 당 대표 후보들.<사진제공=뉴시스>

이러다 보니 이인제 선관위원장이 헌정기념관에서 경선 결과발표를 할 때 후보들은 감자밭 인근에서 감자를 캐던 차림 그대로 현지에서 이를 들어야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당 대회를 인터넷으로 이원 생중계 했다. ‘감자밭 현장’은 해당 지역구 의원인 주광덕 의원(남양주 병)이 진행자로 나섰다.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다. 결과 발표 이후 당선자들을 축하하고자 인공눈이 쏟아졌는데 현장에 있던 후보자들이 마치 ‘폭설’을 맞은 듯 얼굴에 꽤 많은 인공눈이 묻은 것. 행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참석자들은 이를 닦아내는 모습들이었다. 마치 동네잔치를 하듯 농악 연주가 펼쳐진 것도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이인제 선관위원장은 이철우 후보의 득표수를 잘못 발표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에 옆에 있던 민경욱 의원이 숫자가 틀렸음을 알려주자 이 선관위원장은 “제가 불빛 때문에 수치를 조금 틀리게 읽은 게(있어서) 시정하겠다”며 득표수를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