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청산TF가 재조사 사건 13개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에 나선 가운데,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은 성역 없는 조사를 약속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13일 정해구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일보>가 보도한 ‘SNS 장악보고서’와 관련해 “국정원이 자발적으로 (작성‧보고)한 것인지, (이명박정부)청와대 쪽의 지시가 있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면서 “(보고서)생산 경로가 밝혀지면 이 문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정해구 위원장은 “맞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루된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통령도 못 부를 이유 없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번이 국정원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13개 과제에 대해 국정원 감찰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해당 건은 검찰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개혁 방안이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 정 위원장은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다”면서 “오랫동안 쌓여온 국정원 문제를 근절시키고 국정원이 다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도록 하기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이 제대로 자리 잡고 과거처럼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그런 의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자꾸 정치보복으로 정쟁화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정원의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정원의 개혁을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국정원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동시에 언론을 향해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발견된 빨간색 마티즈 차량. <사진제공=뉴시스>

13개의 재조사 사건 중에는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통한 민간인 사찰’건도 포함됐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임모(당시 45세)과장이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 사망 원인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일었다. 그런데 임 과장의 유족들이 그의 사망 2주기를 앞두고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되다.

임 과장의 아버지 희문(80)씨는 12일 <노컷뉴스>에 “이런 자살은 없다. 얼굴을 보면 안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임씨는 “아들의 얼굴에 상처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놀랐다”며 “몸이 저렇게 당할 정도면 뼈까지 상했을까 걱정돼 오죽하면 감정(부검)을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2년 가까이 침묵한 이유에 대해 임씨는 “아들의 장례식 당시 A경찰서에 근무한다는 경찰이 ‘만약에 아버님의 이유와 조건이 있어 (상황이)뒤집어지게 되면 말썽이 되니까 좀 생각할게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노컷>은 임씨가 “아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이렇게 말하면 또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를 접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SNS에 “자살이라고 믿었던 국민이 있었느냐”며 “세월호도.. 백남기 어르신도.. 이제 다 밝혀내야 한다”고 적었다.

▲ 지난 2015년 7월, 당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임모 과장 자살사건과 관련해 제기했던 7가지 의혹에 대해 경찰이 반박 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 재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