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8월15일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정원에 ‘SNS 장악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이른바 ‘윗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보고서에 ‘대통령님 지시(2011.4)’라는 문구가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세계일보>는 후속보도를 통해 이 같이 전하며 “이 보고서를 당시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김효재 정무수석비서관이 검토한 사실이 확인,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국정원의 ‘SNS 장악’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진 촉매제가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세계>는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4월26일 ‘정책 소통 강화를 위한 SNS 활용’을 주제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며 “문건에서 언급한 ‘대통령 지시’란 이날 회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여러 정책에 있어 SNS를 통해 즉각 ‘사실은 이렇다’는 점을 잘 알려야 한다”면서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SNS 장악 보고서’ 뿐만 아니라,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대비해 당시 야당 정치인의 동향을 사찰하고 수사기관을 이용한 야권 표적수사를 종용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당시 새누리당이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 내준 직후인 2011년 11월쯤,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보고했다.

특히 <세계>는 ‘∼ 선거질서 확립’(3쪽 분량) 보고서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이른바 정권이 권력을 어떻게 사유화하는지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이 보고서는 ‘10·26 선거 이후 야권·좌파가 자행한 선거법 위반 행위를 검찰·경찰이 일벌백계식으로 엄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원이 검·경의 타깃이 된 야권 인사들의 수사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2쪽 분량의 문서를 첨부, ‘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에 붙여야 한다’며 민감성을 분명히 인식한 흔적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서는 2011년 11월9일을 파기 시한으로 정한 대외비 문서로 분류됐다.

▲ <이미지출처=세계일보 인터넷판 캡처>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정원이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세계일보>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 댓글’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청와대에 보고할 때 단순하게 현재 상황만 분석해서 보고한 게 아니다. ‘이렇게 해야 된다, 저렇게 해야 된다’는 내용까지 담겨있는 보고서”라며 “이것이 실제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 맞고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 맞다고 본다면 그 이후에 있었던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의 의미와 취지에 대해서 해석해 주고 설명해 주는 문건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증거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에서 아마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같은당 송영길 의원은 11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해당 문건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간의 밀약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봤다.

송 의원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성격상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시키거나 여러 가지 비리, BBK부터 시작해서 자원외교 이런 국방비리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헤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마지막까지 가버렸다”며 “뭔가에 묵계가 있었는데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당시 MB정권으로서는 정권이 교체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정원 대선개입’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상호 묵계, 상호 보장 속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 것.

송영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동시에 자원외교 비리 의혹, BBK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보복으로 비춰지지 않겠냐’는 지적에 송 의원은 “적폐청산은 어떤 개인을 말하는 게 아니라 폐단이 쌓여있는 적폐를 말하는 것 아니냐”며 “국정원 등 국가권력 기관이 사유화됐다는 게 국민들 분노 아니냐. 사유화된 국가권력을 공공을 위한 권력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