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사드 배치 최초 합의 내용을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신인터뷰 발언을 두고 이전 정권 당시 이뤄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진보진영의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정략적 이유’를 짐작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진상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한미 양국이 올해 안에 사드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를 내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로 사드 과정이 가속화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왜 탄핵 국면에서 사드배치가 앞당겨진 것인가? 짐작이 간다. 북한의 핵 미사일이 아니라 대선이라는 정략적 이유로 계획이 수정됐을 것”이라며 “군사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다. 결국 과속 사고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23일) 열린 국방위에서 제가 알아본 바는 이렇다. 현재 한국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는 총 6기. 한 기당 8발씩 요격 미사일이 장전되니 한 번 발사할 분량으로 총 48발의 요격 미사일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실상은 단 16발”이라며 “나머지 4기에는 장착할 요격 미사일이 없다. 당연히 창고에 처박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발사할 예비탄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숫제 꿈도 못 꾼다. 이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배치할 돈 없다’며 ‘한국이 10억불 부담해달라’고 말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과 연결돼 있었다는 의혹을 풀수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시는 탄핵정국이다. 이미 대통령 직무가 정지돼있는 상태 아닌가. 이 상황에서 누가 지시했고 서둘러 추진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당초 합의보다 서둘렀을 때는 미국 측의 요구였는지 아니면 한국정부의 요구였는지, 또 왜 서둘러서 배치하거나 실전에 배치해야 될 뚜렷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무슨 이유가 있는지 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국방위에서 “한미 최초 합의까지 어겨가며 수정해가면서 사드배치를 서둘렀다면 거기에 무슨 또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의 백혜련 대변인은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소위 ’알박기‘ 식으로 사드 배치를 서둘러 절차를 어긴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것은 이후에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을 지냈던 김광진 전 의원은 김종대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링크하면서 “슬픈현실...이제부터라도 절차적 정상적으로 밟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바른정당 “전 정부 과오도 文 대통령이 지고갈 숙제”

반면, 김경숙 자유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친 문재인 정부 성향의 단체와 반미성향의 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오늘 사드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열고,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는 등, 사드 반대에 대한 압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외신인터뷰 발언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며 “친 문재인 정부 성향의 단체들이 성주나 김천 등지의 반대주민들을 앞세워, SNS와 광장에서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사드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어 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고 언급했다.

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소수 반대 단체들이 주도하는 광장의 여론을 등에 업고, 사드 배치를 사실상 반대하는 것은 복잡하고 중요한 외교를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어리석은 행위”라며 “광장의 포퓰리즘에 기대어 스스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자제하고 조속한 사드 배치 완료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군통수권자이자 대통령으로서 사드배치에 관한 부족한 상황인식을 드러낸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문 대통령 취임 전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수차례나 이어져 우리 안보상황에 위기감이 고조된 점을 고려하면 사드배치 계획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선에서도 추측할 수 있는 일”이라는 논리를 폈다.

▲ 23일 열린 6·25전쟁 제67주년 국군 및 UN군 참전 유공자 위로연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조 대변인은 “대통령 취임 후 경위보고가 없었다며 사드발사대 추가배치를 충격적이라며 오버액션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를 정당화하려고 한미간 당초 합의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국가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매우 경솔하고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지난 정부의 과오도 이제는 문 대통령이 지고 가야 할 숙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23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당국자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사드 발언과 관련, “대통령께서 하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 저희가 추가로 드릴 말씀 사항은 없다”며 “기자회견에서 말하신 그대로 이해를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