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비공개 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태와 관련 삭제를 지시한 사람은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라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 수석은 “국방부는 5월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5월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각각 업무보고를 한다”며 “그러나 4기 사드 발사대가 추가 반입돼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26일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발사대 6기, 추가 발사대 4기 보관 위치가 적혀 있었다”며 “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이런 문구들을 삭제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위승호 실장은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해 이전에도 보고서에 기재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삭제토록 했고 구두로 부연 설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미군 측과 비공개 합의는 언론 등에 대한 대응 기조”라며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보고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윤 수석은 “지난 정부에서는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NSC에 보고되어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 격멸훈련에 참석해 한민구(오른쪽) 국방부장관, 장준규(왼쪽) 육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와 훈련장비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 윤 수석은 “새 정부 첫 청와대 공식 보고에서 미군 측과 비공개 합의를 이유로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구두보고도 하지 않은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위 실장은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고 이들 관계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국방부는 그동안 주한미군에 공여된 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 환경영향평가 내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말했다”며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로 경위를 파악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 보고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판단을 실무책임자 개인이 주도했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지난 정권 안보라인이 밀실에서 주도했다는 점을 볼때 더 깊은 배후를 짐작하게 만든다”고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추 대변인은 “특히 황교안 전 총리가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누락사태는 지난 정권 인사들이 주도한 국기문란 행위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또 추 대변인은 “환경영향평가 회피 정황도 포착됐다”며 “사드 배치는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엉터리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대변인은 “실무자 개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태를 ‘게이트’ 차원으로 간주하고 사드배치와 관련된 모든 진상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안보무능을 고백한 용두사미식 결과”라고 혹평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격노로 지난 일주일간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까지 불러왔지만 결국 의미 있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정도 결과라면 조용히 조사하고 소상히 발표하면 될 일이었다”며 “국회청문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이제 뭐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