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무국)가 서울광장에 불법 설치한 천막과 텐트에 대해 서울시가 ‘철거’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들었다.

▲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설치한 텐트를 철거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30일 오전 탄무국 측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 텐트 41개동과 적치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지난 1월 21일 천막이 설치된 이래 4개월여만의 일. 이번 대집행에는 서울시 직원과 종로구, 중구 등 소방서 및 보건소 등 유관기관 직원들이 참여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텐트 인근에 있던 친박단체 회원 20여명은 큰 저항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수거된 천막과 텐트 등 적치물품은 탄무국 측의 반환요구가 있기 전까지 서울시 물품창고에 보관될 예정이며 탄기국 측이 모신 천안함, 연평해전 희생자 위패들은 전문 상조업체 직원들이 정중히 모셔 국민저항본부에 반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법적, 행정적 조치에도 탄무국 측이 여전히 무단점유를 이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할 광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간 서울광장 무단점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탄무국 측 사무총장 등과 수차례 면담을 가지는 한편 자진철거 요청문서와 행정대집행 계고서 등 총 22차례나 자진철거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28일에는 탄무국 측 시위관계자 7명을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조치하기도 했다.

광장에 불법 설치된 천막 등으로 인해 서울시가 떠안게 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시에 따르면 1월 21일부터 5월 25일까지 예정된 행사 33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는 것. 이로 인해 서울시는 약 4900만원 가량의 사용료를 반환해야 했다.

매년 3월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잔디식재도 늦어졌다. 게다가 “컵라면을 끓여먹는 등 취사행위를 하고 흡연을 하는데 도가 지나치다” “아이들과 왔는데 어르신들이 술 마시고 욕해서 보기 좋지 않다” 등 광장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 민원도 계속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상에는 이를 환영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아이디 ‘fl*******’는 “격하게 환영합니다. 잔디를 시민에게 돌려주세요”라는 글을 남겼으며 ‘yb******’는 “시원하다...이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도 “잘하셨습니다. 법과 원칙!!”(@ce********) “앓던 이 빠진 것보다 더 시원후련하다”(@to*******), “이제 평온한 터전될 수 있기를”(@No******)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허영 서울시장 정무수석은 트위터에 “탄기국 불법 텐트촌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단행했습니다. 그동안 자진철거 계고장을 수십 차례 보냈습니다. 31회에 달하는 시민행사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800여명의 시 공무원들이 고생했습니다. 이제 온전히 새시대 시민의 광장이 될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사진제공=서울시>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부에 의해 파면되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다”면서도 “탄핵무효, 파면된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불법으로 시민의 광장을 점거하는 행동은 보수가 무엇보다 먼저 지켜야 할 가치인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성향의 네티즌들은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은 그냥 두고 왜 탄무국 측의 천막만 철거하느냐는 주장이다. 일례로 이노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광화문 세월호 텐트도 동시에 철거해야 한다”며 “이것은 박원순 시장이 또다시 편파행정을 저지른 정치행위가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하지만 ‘세월호 천막’과 탄무국 측이 불법설치한 천막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입장이다. 시는 “세월호 천막은 당시 희생자 가족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 분위기 속에서 2014년 7월 폭염속에서 단식을 진행하던 유가족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중앙정부가 요청함에 따라 서울시가 인도적 차원에서 천막을 지원한 것”이라며 “광화문 광장 남쪽에 한정된 공간만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