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연금’ 발언에 대해 30일 “자기 자신을 기소감이 되게 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굉장히 정신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연금을 자기나 또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으로 지시를 내려도 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법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전혀 의식을 안 하는 사람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간담회에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외국계) 헤지펀드(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아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20여개 증권사도 한 두곳만 빼고 다 (합병 찬성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저도 국민연금이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며 “어디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특유의 화법으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주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에 어떤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직무에 허용된 권한을 넘어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주 전 대표는 “기자들 모아놓고 자기가 그렇게 생각해서 개입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얘기를 직접 하는 것을 보고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거나 아니면 애초에 법의식이 박약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주 전 대표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돈을 관리하는 것이고 관리할 때는 최대한 맡긴 사람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해야 된다”며 “나도 자산운용 하는데 의결권 행사나 투자행위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 화법에 대해서도 주 전 대표는 “그래서 찬성을 하라고 시켰는지 안 시켰는지 대답을 하면 되는데 애매하게 빙글빙글 돌려가며” 말한다며 “막상 물어보면 안했다고 그러고 그런데도 올바른 정책결정을 했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법정에서 증언한 “청와대의 뜻”에 대해 주 전 대표는 “2015년 7월 1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 관련)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는 자기들한테 회부하는 걸로 알고 준비를 다 하고 있었는데 안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흘쯤 지나 위원 중 한명인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랬다고 하더냐’고 물으니 박 교수가 ‘청와대의 뜻이라고 하네요’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박 교수는 선거때 박근혜 캠프에 있었던 경제학자들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며 “안종범, 문형표 등과 굉장히 가깝고 당시 자본시장연구원장이었고 지금은 금통위원인 신인석 박사와도 친하다”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곤란할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박창균 교수에게 그 얘기를 전한 사람은 신인석 금통위원이었다”고 덧붙였다.  

주 전 대표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도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주 전 대표는 최순실씨를 최서원씨라고 재판부의 호칭으로 말했고 특검의 증인 신청에 대해서도 “저 말고도 얘기할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굳이 나를 불렀을까 의아했다”고 냉정하게 의견을 밝혔다.

주 전 대표는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김상조 교수가 20년에 걸쳐서 재벌개혁운동을 했지만 별 진전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아무리 문제가 드러나서 재판을 해도 판사들이 집행유예로 다들 풀어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전 대표는 “우리나라 판사들이 독립적인 사법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대법원장과 대법원 행정처의 인사고과의 평가를 받는 일종의 관료”라고 송곳 발언을 했다. 

주 전 대표는 “독립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어도 결국은 집행유예로 다 계속해서 빠져나오는 악순환”이라며 “검사 뿐 아니라 사법부, 특히 판사들의 독립성도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안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손석희 앵커가 “그 말씀은 좀 파장이 있을 수 있다”며 “판사들의 독립성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는 많이 인정을 하고 있는 분위기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주 전 대표는 “그러면 그동안 왜 이렇게 횡령, 배임으로 잡혀 들어간 재벌 총수들이 하나같이 집행유예로 나오느냐는 설명을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를 한 번 물어보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