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제공=뉴시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들인 대한변협이 전관예우 등을 이유로 변호사 개업 신고는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채 전 총장의 변호사 등록을 수리하기로 의결했지만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14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법정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사법 신뢰도를 저하하는 전관예우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채 전 총장에게 변호사 개업 신고를 철회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문제로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그 의혹을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변호사 개업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하지 않고, 공익적 업무에 종사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의 이 같은 조치에 서울지방변호사회 김한규 전 회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변협의 기본자세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그는 “법적으로 개업신고는 자기완결적 신고행위다. 즉 형식적 흠결이 없는 이상 ‘신고의 접수만으로 효력을 발생하는 행위’이며, 변호사단체가 개업신고의 수리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혼외자 문제에 대해서도 “변협도 인정하듯이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채 전 총장이 이 문제로 인해 총장에서 사퇴한 지 3년이 지났다”며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경우에도 등록금지기간이 2년 이하인 점에서, 채 전 총장은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해법으로 “평생법관제 등을 도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등록거부사유는 독일, 일본과 같이 일반적 사유를 신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채동욱은 지난 몇 년간 전관예우는커녕, 노출도 못할 정도의 온갖 핍박을 받았다”며 “퇴임 직후 누린다는 전관예우의 약효는 다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병우 등이 온갖 전관 특혜를 만끽할 때, 채동욱 어디 월급 한 푼 받을 곳도 없이 몇 년을 지내야 했을 것”이라며 “몇 년 동안 변호사개업 할 엄두도 못낸 핍박받은 인사에게 전관예우 운운은 너무 우습다”고 꼬집었다.

그런가하면 한 교수는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하(창우)협회장은 전직 법원, 검찰 최고위직의 변호사 개업을 막았다고 늘 자랑하는 걸 안다. 실정법에 규정도 없이 여론의 힘으로 그랬다”며 “전직 변협회장은 강제퇴임한 지 4년 이상이 된 채동욱 보다 훨씬 전관예우 잠재력이 높다고 본다. 협회장을 그만둔 후, 그가 변호사를 개업할 것인지 어떨지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