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가 어렵게 성취해온 민주주의·인권·정의·평화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은 지켜져야 합니다.”

“정치, 사상의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 다양성 자체를 말살하려고 하는 시도는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은 일본 전범기가 서울 한복판에 게시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역사의식 논란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 ⓒ'go발뉴스'

최근 역사의식 논란이 뜨겁다. 8일 <SBS>에 따르면, 서울 한복판에 일본 전범기가 광고판에 걸렸다. 지난 1일 SNS상에서는 몇몇 대학생들이 일본 전범기에 나치식 경례를 해 물의를 빚었다. 특정 사이트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왜곡하고,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라고 비하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go발뉴스’는 5일 저녁 7시 서울 혜화동의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실에서 이같은 역사의식 논란에 대해 이성호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우리 교육의 잘못이다”며 “우리가 역사적으로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 인권 등의 소중한 가치가 정말 소중한 가치라는 것임을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전범기에 나치 경례를 한 대학생들에 대해 그는 “사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했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에 대한 너무 심한 질타나 매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안타깝긴 하다. 기본적인 역사적 감수성이 부족했고 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며 “우리 역사 교육의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정 사이트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폄하하는 등의 행태에 대해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했다.

이 회장은 “대학생들의 욱일기 사건은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특정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정한 사람들이 결집돼 있고,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폭력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며 이는 파시즘의 전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들의 바탕에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팽배해 있다. 역사적 허무주의다”며 “민주주의·인권 이런 게 나한테 무슨 소용있고, 이게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냐 이런 식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 사상의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 다양성 자체를 말살하려고 하는 시도로부터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 역사가 어렵게 성취해온 소중한 가치인 민주주의, 인권, 평화, 정의 등은 보호받아야 한다. 인류가 역사를 통해서 공통적으로 합의한 보편적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한복판에 걸린 욱일기. ⓒsbs 화면 캡처

이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좋은 역사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좋은 역사 교육이란 학생들이 역사를 배움으로써 좀 더 나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역사를 자기 문제화해 자기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회장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역사 수업은 집중이수제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지속적인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며 “1학년 역사를 배우고, 2·3학년 때는 배우지 않는 등의 수업은 지양돼야 한다. 매년 매학기 꾸준하게 역사 수업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적용되고 있는 2009년 교육 과정에 따르면, 역사 수업은 한국사(필수, 전근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동아시아사(선택), 세계사(선택)로 나눠지고 있다”며 “한국사의 경우 중학교 때는 전근대사 중심, 고등학교 때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이수 과정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더 나은 역사 수업을 하자며 자발적으로 모인 전국 역사 교사들의 단체이다. 현재 1500명 이상의 역사 교사들이 가입해있다. 현장 속에서 느끼는 역사 교육의 어려움을 같이 얘기하고 대안을 찾고 수업자료, 수업지도안 등을 같이 만들고 있다. 역사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합치자는 역사 교사들의 모임이다.

▲ 일부 대학생들이 일본 전범기를 배경으로 나치식 경례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인터뷰 전문]

-얼마 전 몇몇 대학생들이 일본전범기를 배경으로 나치 경계를 한 포스터를 촬영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했을 것이다. 대학생들에 대한 너무 심한 질타나 매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다. 기본적인 역사적 감수성이 부족했고 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역사 교육의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요즘 특정 사이트 등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 등으로 비하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대학생들의 욱일기 사건은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정말 심각하다. 특정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정한 사람들이 결집돼 있고,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폭력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파시즘의 전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역사가 어렵게 성취해온 소중한 가치가 있다. 민주주의, 인권, 평화, 정의 등이다. 이런 가치들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서 공통적으로 합의한 보편적 가치다. 이런 가치들을 거부하고 폄하하고 있다. 심각하게 얘기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들의 바탕에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팽배해 있다. 역사적 허무주의다. 민주주의·인권 이런 게 나한테 무슨 소용있고, 이게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냐 이런 식이다.”

“정치, 사상의 다양성은 종중돼야 하지만, 이 다양성 자체를 말살하려고 하는 시도로부터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하고, 전두환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로 돌아가자는 역사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 전체 교육의 잘못이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 인권 등의 소중한 가치가 정말 소중한 가치라는 것임을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라는 반론이 있다.

“정치적 다양성, 사상의 다양성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한정으로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나치와 관련된 부분은 엄격히 금지된다. 인종주의는 용납되지 않는다. 사회적 다양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고 용인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폭력이다. 매도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가치를 부정하면서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뤄놓은 민주주의의 가치, 성취 등은 굉장히 어렵게 성취하고 합의한 것이다. 이 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좋은 역사 교육이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역사 교육이란 학생들이 역사를 배움으로써 좀 더 나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역사를 자기 문제화해 자기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좋은 역사 교육이란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다. 이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역사 그 자체가 살아있어야 하고, 학생과 교사간의 소통도 살아있어야 하는 등 여러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역사 수업은 집중이수제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지속적인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1학년 역사를 배우고, 2·3학년 때는 배우지 않는 등의 수업은 지양돼야 한다. 매년 매학기 꾸준하게 역사 수업은 이뤄져야 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적용되고 있는 2009 교육 과정에 따르면, 역사 수업은 한국사(필수, 전근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동아시아사(선택), 세계사(선택)로 나눠지고 있다. 한국사의 경우 중학교 때는 전근대사 중심, 고등학교 때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이수 과정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