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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김민하 기자 “트럼프나 브렉시트, 냉소주의 때문”[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10]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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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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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07:26:12
수정 2017.01.10  08: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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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언론 비평지인 미디어스 김민하 기자 <냉소사회>란 책을 출간했다. 2002년 당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상근자로 근무했고 이후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기획실 국장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활동했던 김 기자는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 국제 이슈와 국내 정치, 사회 문제를 냉소주의적 관점에서 풀었다.

책에 대해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5일 여의도에 있는 커피숍에서 저자인 김민하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책에서 ‘냉소주의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나’라는 질문을 부제로 잡았다. 이에 대한 답을 김 기자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때문에 말이 많았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있어서 그걸 해결하려고 이런 선택을 할 텐데 이건 모두에게 해가 가는 선택이다. 그 이유는 결국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냉소적인 판단들이 그런 현상을 가능케 한 것 아니냐는 생각과 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진단했다.

냉소주의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김 기자는 “냉소주의라는 건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일 JTBC의 정유라 체포를 두고 논쟁이 있는데 그건 저널리즘 측면에서 충분히 토론하면 될 텐데 그게 아니라 ‘이건 JTBC와 손석희 사장에게 열등감을 느껴서’라고 비판 내용은 말하지 않고 그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이런 비판을 한다. 그 이유는 열등감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열등감은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이른바 엄마 친구 아들이나 딸인 ‘엄친아’ 혹은 ‘엄친딸’이다. 이에 김 기자는 “‘엄친아’는 그는 거의 완벽하지만, 그 실체는 확인한 바 없다. 본적도 없는 데 엄마는 자기 친구 아들과 비교해서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의 열등감을 규정하는 시기였는데 요즘에는 어느 유치원에 가느냐부터 시작해서 초중고를 어디 가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열등감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는 사람들에 비해서 못난 사람인 것처럼 만드는 조건들이 사회적으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다음은 김민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JTBC에 열등감 느껴서 비판? 남의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 지난해 12월 20일 <냉소사회>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책머리에’에 "이 책에 대한 반응은 아마 크게 셋 중 하나일 것이다. 가장 확률이 큰 것은 무관심, 두 번째로 유력한 건 미미한 조롱과 조소, 마지막의 희박한 확률은 무난한 호평”이라고 쓰셨어요. 2주 정도 지났는데 책에 대한 실제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생각한 반응보다는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잘 나가는 책들은 유행을 타는 책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트랜디한 걸 담지는 않고 사람들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반응이 열광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언급해 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 부제가 ‘냉소주의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나’라는 질문이잖아요. 답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때문에 말이 많았잖아요. 또 유럽정치에서는 강하게 보이는 건 극우 정치가 성장하고 하는 과정인데 이게 하나같이 기성 정치가 예상치 못한 일이고 그간 공동체 논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가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잖아요.

그런 현상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겪는 고통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브랙시트도 결정하고 트럼프를 선택하는 거겠죠. 그러면 그 고통의 실체가 백인 남성의 분노인건지 아니면 영국 노동자 계급의 분노인 건지 잘 모르겠으나 그런 선택이 우리가 보기엔 공동체를 낫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해가는 선택을 하는 거죠.

그럼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냉소적인 판단들이 그런 현상을 가능케 한 것 아니냐는 생각과 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뉴욕=AP/뉴시스>

- 왜 냉소주의로 빠진다고 보세요?

“제 나름의 생각을 해본 결과 냉소주의라는 건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잖아요. 예를 들어 월요일(2일) JTBC가 덴마크에서 정유라 씨 집을 신고해서 정유라 씨가 나왔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걸 두고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논쟁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 논쟁이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 논쟁이고 좋은 토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JTBC는 ‘당신들이 비판하니까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하면 되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비판이라고 공유하고 대화를 하면 되죠.

그러나 그게 아니라 JTBC 보도 내용에 대한 저널리즘적 비판이라는 것을 올리니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비판의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그 비판을 한 사람의 의도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보통 해석하는 의도는 ‘이건 JTBC와 손석희 사장에게 열등감을 느껴서’라고 그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이런 비판을 한다는 거죠.

근데 이게 굉장히 많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논쟁이 굉장히 중요하고 저널리즘의 문제를 규명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핵심에는 논쟁과 토론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계속 겉돌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왜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할까인데 항상 나오는 키워드가 시기하거나 열등감을 느껴서라는 거죠. 그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우리 사회가 강하게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때문에 남을 볼 때도 그 시각으로 이런 체제에서 이런 열등감을 느껴서 남의 의도를 저렇게 볼 것이라는 렌즈로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자본주의 체제가 경쟁을 계속 조장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아주 효율적으로 살아야 하고 모든 사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신화가 있기 때문에 그게 냉소주의 동력이지 않을까 하죠.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이게 크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정유라를 김연아처럼 만들면 승마선수들의 로열패밀리 되나”

- 열등감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적 비교를 하기 때문이에요.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 사회엔 실제 있는지도 모르는 이른바 ‘엄친아’ 혹은 ‘엄친딸’이 많아요.

“그렇죠. ‘엄친아’라고 할 때도 그는 거의 완벽하지만, 그 실체는 확인한 바 없죠. 본적도 없는 데 엄마는 자기 친구 아들과 비교해서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잖아요. 근데 일생이 그래요. 저희 때만 해도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의 열등감을 규정하는 시기였다면 요즘에는 어느 유치원에 가느냐부터 시작해서 초중고를 어디 가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열등감을 조장할 수밖에 없게 되죠. 부모 입장도 아이 학교 어디를 보냈느냐 그리고 심지어는 아이가 성공적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느냐를 가지고 아이를 잘 키웠는지 알 수 있는 거죠,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는 사람들에 비해서 못난 사람인 것처럼 만드는 조건들이 사회적으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 상대적 비교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죠. 그 사회가 최종적으로 이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요.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 씨도 자기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 딸인 정유라 씨를 김연아에 비견하는 승마요정으로 만들려고 한 거죠. 정 씨가 승마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돼야 최 씨가 정 씨를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승마 선수들의 로열패밀리가 될 수 있고 생각한 거죠.

보통 자식을 승마시키는 부모들은 대개 부유층이잖아요. 말 한 마리에 10억이 넘는데 그게 몇 마리씩 있어야 하고 자식 승마시키기 위해 지출하는 사람은 재벌 아니면 불가능하잖아요. 근데 최 씨가 딸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면 승마 학부모에 껴서 성공한 인생이 되는 거죠 최 씨는 계속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박 대통령을 이용해온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최 씨는 이미 돈도 많고 정치인이나 재벌도 다 알면서 왜 저렇게 했을까를 봤을 때는 최 씨도 자기가 볼 때는 성공한 인생이 아니었던 거죠, 그럼 성공한 인생은 누구냐면 이건희, 이재용 부자 아니면 없는 거죠, 이들 아니면 다 실패한 인생인데 실패한 인생들이 ‘내가 우리 사회는 우리가 사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게 문제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성공하지 못한 나와 나만큼도 성공하지 못한 남을 비교해가며 ‘내가 저 사람 보다는 잘났다’고 자기 위안하는 게 냉소주의 바탕인 것 같아요.”

   
▲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3일 덴마크 올보로에서 긴급체포된 후 법원에서 구금 연장 재판을 받기 직전 현지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뉴시스>

- <냉소사회>란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된 것인가요?

“제가 2012년까지 진보정당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2012년 4월에 총선이 있었죠. 제가 그때는 진보신당에 있었어요.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1.14%로 정당 등록이 취소됐어요. 그 이후 고민이 깊었어요. 그때 한 생각은 왜 사람들은 진보정치가 내세우는 명분이나 진보정치가 얘기하는 당위를 잇는 그대로 믿어주지 않을까죠.

보통 사람들은 정치가 뭐라고 얘기하면 정치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해요. 예를 들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체제가 아니라 없는 사람도 유리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 없는 사람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이 이야기가 맞으면 그런 목소리가 내는 진보정치에 도움을 줘야 하고 지지를 많이 해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건 ‘쟤가 나에게 번지르르한 말을 해서 좋은 말로 속여 뒤로는 자기 사익을 추구하려고 한다’란 시각으로 보더라는 거죠.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도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지금도 진보 이야기하면 바로 종북 나오잖아요.

종북도 그런 거죠. 예를 들어 문재인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공세를 하죠. 문 전 대표가 안 보는 보수라거나 특전사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내심이 있어서 우릴 속이려는 거다는 건데 진보정치를 보는 시각이 똑같다는 거죠. 불순한 노동운동 세력이 사회혼란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진보정치라는 좋은 말로 세금이나 사회정의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시각에 많이 동의하더라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냉소주의가 문제라는 개념에 이르게 됐죠.

또 하나 책에서 제가 중요하게 말씀드리는 건 소비주의적 태도도 배경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정당에 적용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가 커피를 마실 때 분석하지 않잖아요. 커피에서 5가지 맛이 나야 하는 데 3가지 맛만 나니 안 산다고 안 하죠. 사냐 안 사냐의 두 가지 선택지만 있고 내용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 결정을 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잖아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것도 똑같거든요. 정치세력이 뭐라고 얘기하든지 간에 표를 줄지 말지 최종적 선택지가 내 손에 있고 그것은 내가 굳이 이 정치 세력이 얘기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않고 합리적이고 꼼꼼히 따져보지 않더라도 언제나 찍을 수 있는 대로 찍는 것이고 냉소주의 매커즘니에 의해 저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종북이기 때문에 안 산다면 이 정당의 가치나 존재 이유를 전 부정하는 거죠.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진보정치가 망했다고 생각하다 보니 책을 쓰게 된 거죠.”

   
▲ <냉소사회> 책 표지

- 언론 비평지에 계시잖아요. 보통 언론 비평지 기자들은 언론에 대한 문제를 쓰는 데 이 책은 아니에요.

“이 이야기는 언론을 중심으로 풀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말씀드린 것처럼 냉소주의적 논리나 소비주의적 논리가 기성 언론에도 강하게 나오고 정치세력을 언론이 평가하잖아요. 왜 특정당이 안되는지 분석하잖아요. 그 논리가 많은 경우 당에서 내세우는 정책과 이념을 따져보기도 하지만 대게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가지고 얘기해요.

예를 들어 새누리당이 난리 났는데 그럼 언론은 새누리당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잖아요. 이 얘기를 하는 측면도 있죠. 그러나 반드시 더불어 민주당이 잘하는 것은 없다고 민주당 문제를 끼어 넣는다는 말이에요. 새누리당이 뭘 잘못했고 책임이 뭔지를 논하는 과정에 그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똥 묻은 개가 똥 묻은 게를 나무란다는 구도로 만드는 게 언론이 지금 하는 일이라는 거죠. 그건 냉소주의의 전형적인 논리기도 하거든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가게 하는 싸움이 아니라 똥 묻는 개들이 자기들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거라고 해요.

물론 그런 측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선의의 논쟁이 있어서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것인데 언론이 주목하는 건 똥 묻는 개들의 싸움이라는 거죠. 그런 걸 언론을 중심으로 놓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가서 총체적으로 사안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쓴 거죠.”

“못난 사람 인정이 첫 걸음…세상 바꾸려는 폭넓은 연대 필요”

-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진정한 무엇은 있다’와 ‘진정한 무엇은 없다 ’인 듯한데.

“냉소적인 태도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즐겨드는 예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논리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을 하면서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논리는 노 대통령이 진정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점에 있었거든요 정치는 다른 정치인이 진정한 정치를 하지 않고 거짓말만 하고 자기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데 노 대통령은 그게 아니라 진정한 정치를 하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는 사람이란 거죠.

그런데 여기서 볼 수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는 노 대통령 이외의 다른 정치인에 대한 냉소주의를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진정한 무엇은 없다는 논리는 물론 노 대통령의 탄생처럼 정치에 나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지만 많은 경우 지금 우리가 겪는 일들은 ‘진정한 무엇은 아니다’로 귀결돼서 우리는 ‘진정한 무엇이 아니다’를 불신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논리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무엇이 없다’는 건 이 대통령 같은 건데 이 대통령이 뭘 얘기하든 상관없잖아요. 저 사람이 정치를 뭐라고 깎아내렸든 그런 건 상관없고 원래 정치는 속여먹는다는 정서가 이명박 정부 출범이 된 거죠.

제가 책에서 얘기한 것 중 의미심장했던 것은 2007년 원더걸스가 나와 ‘텔 미’라는 노래로 선풍적 인기를 끄는데 그 노래를 후크송이라고 했어요. 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래 형식에서 똑같은 소절이 반복되면서 쓸데없는 것 다 빼고 압축적으로 형식미를 즐기는 게 후쿠송이였거든요.그러나 조금 지나 등장하는 <나는 가수다>의 열광을 보면 달라요. 그건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노래에 담긴 진정성으로 임재범이 관객을 감동시켰어요. 그러나 사실 그건 임재범 노래도 아니잖아요. 형식보다는 임재범의 마음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건 완전히 상반된 얘기잖아요. 후크송이라는 건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흥겹게 해주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지만 <나는 가수다>는 형식이 남의 노래든 말든 상관이 없고 진정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동시에 좋아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빠른 간격을 두고 교차할 수 있느냐를 볼 때는 이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이 사회에서 냉소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는 거죠.”

- 냉소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냉소주의를 인정하고, 경쟁에서 지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열등의식과 화해해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우리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건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놓은 구조에서는 다 못난 사람이라는 것이잖아요. 못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이 사회를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못난 사람이 뭉쳐야 하고 못난 사람들이 못나지 않은 만들어야지 나보다 못난 사람을 짓밟고 내가 못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문제로 확대시킬 뿐이기 때문에 못난 사람들의 폭넓은 연대가 필요한 거죠.

못났다고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못났으니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안 되고 있죠. 이유는 정치를 바라보는 냉소주의적 인식이 문제인 것인데 냉소주의적인 방식에서 극복하는 방식도 사실은 냉소주의적 인식이 진실일 때도 있다는 걸 봐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보면 설마 그럴까라는 게 사실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냉소주의적 인식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실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일차적으로는 필요한데 이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것이 이차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냉소적인 현실로 다 소용없으니 아무렇게나 살자가 아니라 그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바꿔야 할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서 뭘 바꿔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파악해 보자는 물음을 던져야 하고 그게 영원한 문답일 것이란 거죠.”

- 연대가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네요?

“네. 약자들의 연대가 현실화 되어야 하는데 약자들의 연대가 이런 오류를 발생시킬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 스스로는 노동 계급인데 노동계급의 요구라는 게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상충될 수도 있잖아요. 그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약자들이 싸우면서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면 된다는 거죠. 터득한다는 건 우리가 우리의 요구만 열심히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해결책까지 우리가 얘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 데 그 조건을 갖추는 과정이 냉소주위와 싸우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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