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재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두 차례 면담을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적용 지시에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입각 제의를 했을 당시의 ‘반대파까지 포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근거로 “블랙리스트 지시는 당초 약속과는 다르다”고 항의했고, 그러자 박 대통령은 “원래대로 하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후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지 두세 달 정도는 청와대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가 없다가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서 슬슬 구두로 시비를 걸기 시작해 6월에 들어서는 정식으로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가 문서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면직되기 직전에도 박 대통령에 “‘이러시면 안 된다.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하셔야지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 쳐내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안 되는 같은 편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하시겠나’라고 했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도 안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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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주범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을 지목했다.

그는 “퇴임 직전(2014년 6월경)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리스트(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전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전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지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수백명의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적힌 A4용지가 김소영 전 비서관으로부터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 전달됐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에 대해 김 전 비서관은 조 전 차관에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4년 6월 신임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었고, 전임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유 전 장관은 조윤선 장관의 주도 여부에 대해 “비서관은 물론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그 위에 수석이 알았다, 몰랐다는 것은 그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황은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담겨있다. 업무일지에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 표기와 함께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글귀가 있다. 또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10월2일 ‘다이빙벨’을 예로 들며,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지시 내용도 적혀있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26일 오전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자택과 문체부 사무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컴퓨터 디스크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 같은 소식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특검이 김기춘씨 집에 들이닥쳤다. 김기춘씨는 자신의 집이 압수수색 당할거란 것을 예상했을까? 핸드폰을 파기했을까?”라며 “공안검사로 숱한 압수수색을 지휘했을 김기춘. 이제 당신 오욕의 인생이 심판당하리라. 굿바이 김기춘!”이라고 적었다.

정 전 의원은 또 “대한민국 문체부는 헌법19조와 22조를 위반했다”며 “지위고하 막론하고 문체부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그동안 즐거우셨죠? 국민들 눈에선 피눈물 났습니다”라며 “압수수색 영장 받으셨지요? 구속 영장도 받으셔야죠”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