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권병길 “‘이명박근혜’ 정권하 무대 아닌 광화문의 주인공 됐다”
시민사회 각계각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선 문화예술인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문화예술인 100여명은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최순실-차은택-김종 그리고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이어지는 예술검열과 문화행정의 파탄행위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방조, 묵인 없이 진행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8개 문화예술단체는 “국정파탄, 국기문란, 민심이반 책임의 실체는 최순실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라며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아울러 “최순실과 함께 국가의 문화행정을 파탄 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을 구속 수사하고,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성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최순실-차은택 문화 부역자들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과 세월호 유가족 등도 함께했다.
발언에 나선 백기완 소장은 “박근혜 지지율이 5%로가 안 된다. 박근혜는 끝난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 대국민담화 내용을 보니 박근혜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럴 땐 ‘엄싹’이 일어나야 한다. 언 땅을 뚫고, 메마른 땅을 뚫고, 썩어 문드러진 땅을 뚫고 나오는 엄싹, 즉 예술가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백 소장은 “역사의 수레바퀴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예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예술가들에게 “이제 ‘엄싹’의 본질을 살려서 ‘박근혜 물러가라’가 아니라, ‘박근혜 몰아내자’는 싸움에 앞장서서 이 땅의 참된 ‘엄싹’이 돼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독려했다.
이어 연극계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원로배우 권병길 씨는 “문화 예술계, 가장 아름답고 진실을 추구하는 곳에 먹을 것이 있었는지 파리 떼들이 몰려들었다. 이 파리 떼들이 대한민국을 전부 흙탕물로 만들어 놨다”고 분개했다.
그는 “내가 여기 서야 될 사람이 아닌데,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나는 광화문의 주인공이 됐다. 스크린에 나가야 되고, 무대에 서고, 브라운관에 나가야 할 사람이 광화문에서 10년을 생활하고 있다”며 “이게 제대로 된 거냐. 정치인들은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국민은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씨는 “최순실게이트가 터지면서 박근혜 7시간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7시간은 업무시간이었고, 공무 시간이었다. 업무시간에 업무를 안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직무유기에 304명이 죽었다. 미필적 살인죄가 적용 되어야하지 않겠나. 박근혜는 살인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서 다시 대학생,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고, 각계각층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시간이 흘러서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11월12일 대통령 하야를 위해서 촛불을 밝힐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알았으며 한다. 이제는 미안하다가 아니라, 서로가 고생했다는 말로 이 나라를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5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캠핑촌’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다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