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아빠 손잡고 함께 광화문으로 가자”

‘동서남북 사방팔방 모두 함께 광장으로’…“내려와라 박근혜”

어느덧 대학 새내기 1년을 보내고 있는 사랑하는 딸.
학교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다는 카톡을 받으며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아빠는 누구 말처럼 말 한 필 사주고 말 한번 태워주지도 못한, 말 그대로 ‘돈 많은 부모 둔 것도 능력이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많은 말 뿐인 아빠인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아빠는 젊은 시절 네가 맡아 보지 못한 최루탄 향기를 맡아가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외쳤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단다.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이 빨갱이가 되고 쇠파이프와 최루탄 직격탄에 맞아 너와 같은 또래의 학생이 죽고, 끌려간 학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고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세대를 살았단다.

대학이라는 곳에는 학생 수 만큼 많은 전경들이 닭장차를 세워두고 상주하는 곳이었고 사복 경찰들은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공공연하게 사찰하던 그런 시절이었단다.

중고등학생들이 5일 서울 광화문 광장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중고등학생들이 5일 서울 광화문 광장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세월호의 아이들과 같은 또래인 우리 딸 연정아.

아빠는 세월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단다. 너와 같은 나이의 그 소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아빠 사랑해, 아빠 미안해”라는 육성을 듣고선 온 몸에 피가 거꾸로 솟고 눈물이 나와 어쩌지를 못하겠더구나... 이제 너와 같은 나이의 이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꼭 밝혀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단다. 아빠로서 이 땅의 어른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있는 없기 때문이란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산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단다. 선열들의 피를 후세대가 받고 그 후세대의 피 흘림이 다음 세대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간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단다. 그런 면에서 대학 새내기인 네가 지금의 모습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못난 아빠 세대의 눈물과 피가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사랑하는 우리 딸이 시국선언에 동참해야 하고 광화문 한 하늘 아래 아빠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구나...

아빠의 ‘고모할머니’가 누구인지 알지?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류관순 열사이시다. 너에게는 왕고모 할머니(증조고모 할머니)가 되겠구나. 열사의 피로 조국이 해방되었다면, 아빠 세대의 피가 민주주의를 앞당기었고, 이제 너희들의 외침이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다음 세대에게 행복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었으면 좋겠구나.

이럴려고 국민했나 자괴감 느끼면서 기분 뿌질뿌질 한데는 나이 차이도 없을 것 같구나.
‘동서남북 사방팔방 모두 함께 광장으로’ 아빠가 만들어 본 구호이다.

사랑하는 아빠 딸 연정아.
못난 아빠 손잡고 함께 광화문으로 가자~

2016년 11월 11일
사랑하는 딸 류연정에게 아빠 류효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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