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유체이탈’ 담화, 檢에 가이드라인 제시했나

“朴 ‘마이웨이’ 신공, 국력낭비와 사회적 혼란 부추길 것”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또 다시 큰 실망과 충격을 주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벌어진 진상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일체 언급치 않은 채 대통령 자신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언급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이란 의혹만 증폭시켰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담화 앞부분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 모든 사태는 자신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며 큰 책임 가슴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국헌 문란 사건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검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읽혀져 향후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사태가 헌법 위반과 민주주의 후퇴와 같은 국기문란 사건인데도 최순실과 일부 공직자의 일탈로만 언급했다. 이는 대통령이 아직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치 못한 것으로 비춰지고 또한 자신이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유체이탈’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면서 “필요하다면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비정상적인 관계로 인해 생긴 사이비 종교와의 관련설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특검 등에 의한 진상 규명 협조를 언급했다. 그러나 특검 착수에 많은 시간이 걸릴뿐더러 과거의 특검이 특별한 역할을 못했다는 점과 검찰이 서면 조사 등과 같은 방식으로 할 경우 진상 규명은 어려워 보인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 입장을 밝히던 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 입장을 밝히던 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위기와 함께 중단 없는 국정을 강조하면서 집무를 계속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취해진 일련의 인사와 개각 과정에서 청와대 측이 비공식적으로 내놓았던 책임총리제나 권한위임 등에 대해선 침묵했다.

대통령이 총리에게 내치 전권위임 의사를 밝혔다 해도 이는 실정법에 없는 것이어서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 정부조직법 제15조에 따라 국무총리는 단지 대통령의 첫째가는 보좌기관에 불과하다. 즉, 행정에 관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기관으로서의 지위만을 가지며, 행정권 행사에 대한 최후의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선언적인 책임총리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국내외에서 비등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시민사회와 야당 등의 탄핵, 하야 주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파문에 대해 수십 초짜리, 그것도 거짓말을 섞은 대국민 사과를 한데 이어 이날 담화를 내놓았지만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종전과 같이 자신의 입장만을 밝혔을 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또한 없었다. 자신의 주특기인 ‘불통’의 정치를 지속한 것이다.

최순실 사건 속에서 ‘박근혜 게이트’가 폭로된 뒤 내놓은 개각 등 인사 조치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 등에 이어 나온 이날 담화는 최순실 구속 국면의 마무리 수순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중대한 과오에도 불구하고 계속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시차를 두고 공개됐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 외부 조력자에 의한 정치 공작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면서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에서의 실망감과 경악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며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고집할 경우, 국력 낭비와 사회적 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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