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북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 전쟁이라는 단어가 일상의 용어가 되어 가고 있다. 한반도의 상공에 떠도는 말을 보면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기세다. 그것은 표면상 한미 두 나라와 북한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공공연히 발언한다. 그러다보니 내년 초 남북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출처 불명의 ‘카더라’ 통신도 돌아다닌다.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남측 대통령부터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빈도 높게 언급한다. 군 당국은 ‘북의 최고 지도자의 목을 따겠다’는 훈련을 실시한다고 언론에 흘리고 북은 ‘남측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응수한다.

전쟁이 나면 사람이 죽고 다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 76조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전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미국의 논리에 동의하는 쪽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그 피해를 온몸으로 격어야 하는 남측 주민의 입장에서는 전쟁은 재앙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할 정치를 하고 있나?

우리 정부 조직은 전쟁에 대비해 국방을 맡는 국방부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부와 통일부가 있다. 서로 역할을 달리해야 하는 부처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구별이 없다. 모두 북한과는 대화하지 않고 봉쇄와 압박을 하는 쪽으로만 매진한다.

전쟁의 의미는 동서고금을 통해 다양하게 언급되어 왔다. 전쟁이란 특정 시기에 특수한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쟁에 대한 의미 부여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나면 그것은 어떤 형태일까?

전쟁은 국제법상 선제공격이 불법으로 되어 있지만 같은 유엔 회원국인 남북한의 말 전쟁에서는 이런 점이 고려되는지 불투명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5조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고, 헌법 제 69조는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한반도 전쟁이 발생하면 남북이 공멸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위기관리에 힘쓰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청와대 등 집권층의 전쟁 관련 메시지를 보면 남북의 공멸은 아니고 북측만 괴멸할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진정시키는 메시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전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전쟁이 나면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말은 좀체 하지 않는다. 전쟁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은 고스란히 국민만의 몫이다. 이런 모습은 전쟁 공포를 부추기는 공포정치의 형태로 비춰지기도 한다.

정북 당국은 북에 대해 최고 지도자가 정신 이상이라거나 참수작전과 같은 최대한 말 폭탄을 쏘아대지만 정작 전쟁이 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의 무조건적인 핵과 미사일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 차원의 것이라 해도 북한이 완강하게 핵과 미사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기 어렵다.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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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은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가까이 몰려 있다는 특수성에 비춰 정치권은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거나 수도권 인구에 대한 대피 방식 등이 완비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쟁 발생 시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의 전쟁은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엄청난 비극이다.

전쟁 등으로 인해 북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청천강 이북으로는 진격하지 않는다든가, 중국이 군을 북한에 투입하는 등 군사적 동북공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끔찍한 말도 나돈다. 전쟁이 남북통일로 직결되거나 통일 대박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나 민간 차원의 논의조차 없다.

전쟁은 군사력을 총동원해서 서로를 향해 타격을 입히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최악의 막장 드라마다. 한미와 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누가 마지막까지 버틸지는 확연하다. 미국은 그 국방예산만 해도 세계 최고로, 2등인 중국의 국방예산보다 4배 이상 많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이고 국방예산에서 북한의 몇 십 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런 열세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을 앞세우며 한미 군사력의 허를 찌르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북미간 직접 대화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상황 조성이 목적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그것을 강화할 태세여서 그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우면서 기세를 올리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냉혹하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미국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세이고 전쟁이 벌어질 경우 상호 타격을 입힌다는 차원에서 북한은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중국 언론은 지적하면서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의 포기와 함께 개혁 개방을 충고한다.

북한이 당 창건일을 기해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한미 해군 등이 연합훈련을 하면서 북에 대한 최강의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중국 언론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 도발이지만 한미 연합 훈련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남북한 대화 여부는 한국이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사태에서 군사적 자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즉 남측의 전시작전지휘권은 미군에 있어 북한의 대남 공격 기미가 보여 군의 방어준비태세를 현재와 같은 데프콘 4에서 데프콘 3으로 상향 조정하면 한국군의 지휘권은 주한미군 사령관과 미국 대통령에게 즉각 넘어간다. 데프콘 2는 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이고 데프콘 1은 전쟁 상황이다.

이런 면에 비춰보면 한국 군 당국이 북에 대해 선제 타격을 말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하는 소리인지, 한미 간에 그런 식으로 합의가 되어 있어 그렇게 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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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이 권리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미군의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지휘권을 효율적으로 발동하기 위한 장치다. 미국의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즉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은 한국 국방의 대미 종속이라는 논리 속에 추진되지만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희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사드가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하나라며 배치를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이 앞장서 대북용이라고 외치는 희한한 모습이 되면서 반세기 넘게 지속되는 정전체제의 모순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정부 당국의 대북 관련 정책이나 발언을 충실히 보도하는 선전용 나팔수가 되어 있어서 청와대, 군과 외교부, 통일부가 합창하고 있는 남북 전면 격돌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만이 난무한다. 남측은 북이 도발할 것으로 판단되면 선제타격하고 북이 도발할 경우 강력 응징할 태세가 언제든 갖춰져 있고 그럴 경우 북한 지휘부와 최고 지도자까지 공격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귀순을 공개적으로 권유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대북 심리전에 청와대가 앞장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에 전쟁 발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말 폭탄 발사가 일상화되는 것은 사소한 군 충돌도 큰 사태로 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같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한반도 전쟁이 나면 한반도 주민들이 그로 인한 참혹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언급할 때 우리 정치권 등이 절대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북에 대해서도 민족 공멸을 초래할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 공존하면서 남북 통합의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하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