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도 없는 주제에...
연평도 포격전 당시인 2010년 11월 23일 오후 3시경. 연평도에 북한 포 100여발이 날아온 지 40분이 더 지난 시점에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 연합사령관 간에 화상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월터 샤프 사령관이 한민구 합참의장에게 “위기를 선포했느냐”고 묻자, “위기를 선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합참의 전비태세 검열실장을 지낸 현재 예비역 오 모 준장이 올 3월에 발간한 <나비와 천안함>이라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오 준장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당시 그 이유를 묻는 질문을 보내자 지금의 한민구 국방장관은 “위기 선포와 관련된 개념, 선포 절차, 선포 후 조치사항 등 세부사항이 미발전되어 (위기관리) 문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답변을 보내 왔답니다. 문서에 없어서 위기를 선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시 전투기 동원 여부도 논란거리였습니다. 교전 직후부터 북한이 포를 쏘는데 우리가 미군의 허락 없이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느냐 여부로 합참은 “할 수 있다”는 장군들과 “할 수 없다”는 장군들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도무지 판단이 안 섰는지 한민구 당시 합참의장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우리 정부가 자체 판단으로 전투기를 출격해도 정전시 교전규칙 위반이 아닌가”라고 월터 샤프 사령관에게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질의서를 받은 샤프 사령관은 어이가 없었는지 11월 30일에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한국정부 자위권 사항이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에게 묻지 말라는 겁니다. 그제야 장군들의 논쟁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국방부 대변인은 “전투기 동원이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국가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앞으로 전쟁 나면 아예 변호사를 불러 물어봐야 할 판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얼마 후 밝혀졌습니다. 1994년에 미국으로부터 평시 작전통제권을 전환 받아 우리 합참의장이 평시 한반도 방위의 책임을 맡게 된 상황에서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은 여전히 예전과 같이 운용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전규칙에는 한미연합사령관과 우리 작전부대장의 역할은 명기되어 있는데 합참의장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니 위기 시에 합참의장이 뭐 하는 자리인지 합참의장 본인도 몰랐던 것입니다. 국지적 위기 상황에서 합참이 위기관리 연습이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입니다. 그나마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기로 결정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장교들이 연습도 해 보고 작전계획도 수립해 보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그런 모든 노력들이 중지되었습니다. 점점 뒤로 후퇴한 것입니다.

작전권을 행사할 줄 모르는 군이 북한 지도부를 궤멸시키겠다는 연일 말 폭탄을 쏘아대는 게 영 미덥지 않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미군에 매달리는 것 말고 우리 군이 무엇을 발전시켰는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뭔지 따져볼 일입니다. 안보가 과거보다 더 엄중해졌지만 우리 군은 미국에 더 의존하는 습성만 키우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 국방부가 현재 준비하는 사항, 예컨대 부대 창설, 예산 투자, 업무가 무엇이냐는 저의 질문에 국방부는 “전혀 없다”고 답변서를 보내 왔습니다. 이런 국방부를 두고 핵무장을 하자고, 원자력 잠수함을 들여 오자는 새누리당의 외침은 참으로 공허합니다. 전쟁을 할 줄 모르는 이런 한국군의 무능이 이제껏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어 온 비결이 아닐까요? 참으로 그 인과관계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 이 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종대 의원의 동의하에 ‘go발뉴스’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