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故 백남기 농민 사건 초기 상황속보를 파기한 데 대해 야당이 증거인멸,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상황속보 제출 요구에 “당시 보고서를 열람하고 파기했기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지면으로 했었는데 최근 문자로 대체해 보고서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법원 제출 답변서에 경찰이 백씨 사건 전후 조치한 사항에 대해 30분 단위로 제출되는 상황속보를 1보부터 20보까지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며 위증을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자료제출 요구에 경찰청은 뒤늦게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속보에서 지난해 11월14일 오후 4시45분 작성된 상황속보(13보)부터 오후 8시30분 작성된 19보 사이의 5건이 누락됐다.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철성 경찰청장과 경찰청 관계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국감을 중단,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오후 6시56분과 병원에 실려간 초기의 상황속보”라며 “백씨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유독 이 시간대 상황속보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고의 은폐시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경찰은 주요 상황시 상황속보를 작성하지만 이는 ‘견문수집처리규칙’에 의거, 열람 후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야당 측이 고의로 누락, 은폐했다고 주장한 5건의 상황속보는 이미 내부 규칙에 따라 파기하고 법원에 제출되지도 않은 자료”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은 7일 <프레시안> 기고글을 통해 “공공기록물 시행령 16조(기록화 및 기록관리대상)에는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 결재 또는 접수한 기록물을 포함해 결재과정에서 발생한 수정내용 및 이력 정보, 업무수행과정의 보고사항, 검토사항 등을 기록물로 남겨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법 어디에도 내부규칙, 훈령 등으로 법 적용 제외를 두지 않고 있고 반드시 1년 이상 보존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경찰은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법에도 위반되는 모호한 근거조항을 들어, 자신들의 정당성을 항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한 내부규칙 및 훈령은 법체계상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한다면 마땅히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또 “반복되는 경찰청의 이런 문서 파기 행위는 더는 방관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특히 국가세금으로 구입한 장비로 인해 농민이 사망했는데도, 관련 문서를 파기한다면 향후 경찰청의 권력은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공권력은 반드시 불법과 탈법을 동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향후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