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단층보고서 201609122032]

마네킹들이 유리창을 걷어차고 TV 드라마 인물이 밖으로 나오려다 모니터를 깨뜨렸다. 편의점에서 마요네즈병들은 생수병을 쓰러뜨리면서 구토했고 맥주병이 스스로를 들이마시려다 선반에서 추락했다. 식빵은 봉지 안에서 제 허벅지를 먹어버렸다. 석굴암 가는 길 나무 한 그루는 땅 위로 솟구쳐 걸어가려다가 곧 쓰러졌다. 어디선가 중력을 거부한 돌들이 날아다니고 지붕을 내려온 기왓장이 제 몸을 깨뜨려 흙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 불현듯 자동차 창유리들이 부서져내렸다. 보도블럭은 구불거렸고 선반에서 유리잔들은 넋을 얻은 양 달그락거렸다. 열차는 철로가 기억나질 않아서 멀뚱했고 가로등은 CCTV를 잡고 흔들었고 태양은 고요했다. 밤이었으므로. 그밖에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핵발전소는 정상가동이라는 뉴스에 맞춰서 불안스레 잘 돌아갔다. 참, 어느 한옥에서는 좀벌레들이 소리없이 서까래를 갉았다. 

▲ 추석명절 귀성행렬이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귀성객이 어제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