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옷]

자유에 옷을 입히면 그건 자유가 아니다. 스스로 옷을 입든, 걸치든, 벗든 자유하게 두라. 오직 그것만이 자유다. 여성 신체에 걸친 게 비키니든, 부르키니든, 바지든 묻지 마라. 왜 입느냐고 묻지 않듯 왜 벗느냐고 묻지 마라. 어디까지가 벗은 것인지 판별하려 들지 말고 자유하게 두라. 추우면 입을 것이고 더우면 벗을 것이다. 물에 젖어도 긴 옷을 입겠다는 걸 탓하려 들지 마라. 젖어서 불편한 건 옷을 입은 자신일 뿐이다. 추워도 굳이 벗는 걸 표현이라고 한다. 

역사상 옷은 단지 기후와 날씨와 실용성만으로 입어 온 적이 없다. 옷은 계급의 피부였고, 옷은 혁명의 행진곡이었고, 옷은 사상이자 정치였고, 무엇보다 자유였다. 이것이 근대가 탄생시킨 가장 위대한 가치다. 옷을 옷으로 두라. 옷이 없었다면 벗는 것도 없다. 타인이 입은 옷차림새가 불편하거든 자신의 시력을 탓해야 마땅하다. 

옷 입는 걸 법으로 정하는 건 자유가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일이다. 유럽과 인도와 이집트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신체에 걸치는 천 조각에 대한 억압은 여성 신체의 자유에 대한 (남성)권력의 ‘관습적 테러’다. 또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멸이자 도전이다. 자유에 옷을 입히지 말아야 하듯 자유의 옷 또한 벗기려 들지 말라. 

▲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해변에서 무장경찰이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 착용을 단속하면서 무슬림 여성에게 강제 탈의를 명령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프랑스 사진기자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벤티지 뉴 언론에 공개한 사진으로,무장 경찰관들이 니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중년 무슬림 여성을 주변에 서 있고 이 여성은 브루키니처럼 보이는 하늘색 의상을 벗고 있다. <사진출처=CNN 인터넷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