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정진석(왼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 앞에서 소속 의원들과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 농성을 벌이며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파행 이틀째인 2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추천한 장관들 인사청문회 불출석,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20대 국회 첫 본회의 보이콧,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한밤의 국회의장실 점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정조사 청문회 불참에 이은 조치다.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30여명은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항의하며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공개 사과와 본회의 사회권 이양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정 의장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만나 우회적인 유감 표명 의사를 밝혔으나 ‘국민들께’ 문구 문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 의장은 “어제 국민들에게 약속한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문제제기한 개회사 문제에 대해서도 의장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문구를 빼고 새누리당에 직접 공식 사과하는 문구를 넣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의장은 “내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새누리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양측의 협상은 결렬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2016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한국 헌정사상 가장 희한한 상황을 목격 중”이라며 “새누리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키는 행동대원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민생도 외면하고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나”라며 “그렇게 급하다고 밀어붙인 추경예산안은 돌아보지도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정세균 의장이 유감표명도 하고 새누리당의 이야기를 무겁게 받는다고 했으면 국회를 정상화해야지 의장을 굴복시킨다고 점거하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야밤에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의장실 직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내뱉는 추태까지 선보였다”며 “사퇴해야할 사람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국회파행의 당사자인 여당 지도부”라고 비판했다.

기 대변인은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국민도 걷어찰 태세”라며 “오기정치에 몽니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기 대변인은 “우병우 수석을 살리겠다고 추경도 민생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야당 예행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아무 조건 없이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 새누리당 의워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 앞에서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단히 여당답지 못한 행동이다. 야당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트집 잡으면서 사상초유로 여당이 퇴장을 하고, 고함을 지르고, 의장에게 사과, 사퇴권고 결의안이나 윤리위 회부 등을 요구했다”고 그간 행태를 짚었다.

그는 “더 가관은 어젯밤 야심한 시간에 국회의장실에 항의방문한 의원들 중 일부는 음주를 하고 고성을 질렀던 것”이라고 의장실 점거 사태를 지적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여의도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카톡’으로 지침을 내려야만 움직인다’는 조롱이 떠돌고 있다”며 “청와대 거수기냐, 친박 지도부의 하수인이냐는 자조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부대변인은 “이쯤 되면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세 가지 단어로 ‘보이콧’, ‘카톡 지침’, ‘국정 스톱’을 꼽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진정 ‘보톡스’ 정당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