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라며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 교수는 새누리당의 건국절 법제화 추진에 대해 26일 “근년의 거센 건국절 논란을 보면 우리는 모두 중병에 걸려 있다”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이날자 중앙일보 <건국절 논란을 중지하자>란 제목의 칼럼에서 “모르는 것을 계속 안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잘못 아는 것을 국가법제로까지 만들려 하니 병도 아주 심한 중병”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박 교수는 “10년 전 건국절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해당 주장의 사실적 오류로 인해 곧 사라질 줄 알았던 담론이 진영 구도를 타고 점점 커져 이젠 법제화를 논하는 위험 단계까지 다다랐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한민국은 모든 나라에 있는 건국절이 없는 나라”라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모든 나라는 고사하고 건국절이 있는 나라 자체가 극히 드물다”고 반론을 폈다.

건국절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자기들 문화·문명·공동체·민족·국가의 유구한 역사에서 근대·현대의 특정 정체의 등장 시점으로 건국 기점을 삼을 경우 자신들의 연면성과 통합성, 역사성과 계속성에 대한 자기부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을 ‘건국기념일’로 해석하는 것도 오류라며 “헌법조차 없는 상황에서의 독립선언(Declaration of Independence)일”이라고 영어 원문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개천절을 national foundation day of Korea로 명기해 우리 공동체의 사실상의 건국일 의미로 기념하고 있다”며 “새로이 건국절을 만든다면 외부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두 건국절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의 정통성 경쟁 때문에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자는 주장도 턱없다”며 “인권과 자유, 평등과 복지, 평화와 공존의 인류 보편 가치에 비추어 세계의 누가 오늘날 남한과 북한의 정통성을 혼동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시적 분단을 절대화하는 협애한 이념일뿐더러 이승만 정부 이래의 모든 역사 교육을 부정하는 자기 비하”라고 자가당착적 주장임을 지적했다.

일제 침략 역사와 관련해서도 박 교수는 “동아시아의 건국기념일 구상이 주변국을 침략한 메이지 유신 이후 이토 히로부미를 포함한 일본 침략주의자들·천황주의자들·군국주의자들의 사유로부터 발원했다는 점을 유념한다면 보편민주국가 대한민국이 일본 침략주의의 잔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1919년 건국 주장도 오류…사실적 이성 회복해 건국절 논란 중단돼야”

아울러 “대한민국이 1919년 건국되었다는 주장 역시 오류”라며 “스스로도 계속 사용한 ‘임시정부’ 표현을 포함해 ‘건국강령’ 명칭과 내용을 보면 독립운동 및 건국대비 준비조직(의 하나)임이 분명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됐다면 ‘임정’에 포함 안 되었거나 ‘임정’과 갈등하고 반대한 숱한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되는가?”라며 “또 대한민국 ‘건국’ 훈장은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진보진영 주장의 오류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더욱이 임정의 상징 김구는 신생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대한민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제헌국회 의장 이승만은 13도 대표자들이 모여 국민대회라는 주권 행사를 통해 수립된 한성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주장했다”며 “해외 임시정부들은 주권 절차 없이 독립운동가들 스스로 구성한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사실적 이성을 회복해 건국절 논란은 중단해야 한다”며 “건국절 제정과 건국절 기념은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보다는 대한민국 건국 정신과 원칙, 헌법과 철학을 고구하여 오늘에 되살리려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칼럼에 CBS 권영철 기자는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는 자들 한심하다”며 “그런 주장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어지러운 정국을 가리려는 얄팍한 꼼수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 일본 전범기 욱일승천기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