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개회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 “우리가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버렸다”고 ‘불가론’에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 놓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권 진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진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안보‧외교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사드의 필요성에 대해 김 대표는 “군사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판단할 능력이 없지만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 의견은 일단 존중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 외교 수준에서 지금 균형외교를 이끌 능력이 있는 사람 누구 봤나?”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남한의 힘만으로 안 되니 6자회담이란 틀을 만든 건데, 그것도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안보리 제재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니 우리로선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 정세에 대해 김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해서 유엔 제재의 효과가 없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을 개발하면 일본의 핵무장을 부르는 등 한반도가 핵으로 경쟁하는 판으로 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고도의 외교전략을 써야 하는데, 우리 정부에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경제는 한번 실패해도 수습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번 실패하면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 김 대표는 “국익을 위해 좋은 게 아니다, 명쾌한 얘기는 무책임한 사람이나 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과거 운동했던 사람들이 “혈기 왕성했던 시절의 생각과 느낌을 아직도 갖고 있다면 정상이 아닌 것”이라며 “반미 정서 같은 거. 한-미 동맹과 미국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신문 12일자 6면 <김종인 “미국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 없었을 것”> ⓒ 한겨레신문PDF

김종인 대표의 보수적 안보관이 가감없이 드러난 인터뷰는 SNS에 확산되며 논란이 됐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사드 배치를 막아야 할 이 시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 “더민주의 구성원들이 알아서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의 말 한마디에 모두 입 닫고 있다면, 다들 무엇 하러 국회의원들이 되었나 묻고 싶다”면서 “장차 나라의 존망이 걸리게 될 문제”라고 더민주 의원들을 비판했다.

인권운동가 고상만씨는 ““일제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한국은 근대화되지 못했을것”이라고 망언하는 뉴라이트 식민사관과 무엇이 다를까”라고 맹비난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제1야당인 더민주 김종인 대표님! 망국적인 ‘사드 배치’ 관련 강력히 반대하기는 커녕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과 대동단결(?) 하겠다는 건가요?”라며 “잘못된 안보정책은 묻지마 찬성할 것이 아니라 힘 모아서 바꿔야죠”라고 말했다.

이부영 전 의원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애매한 노선을 가지고서는 아예 내년에 정권교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면서 어떻게 국민들께 우리가 수권정당이란 말을 하겠냐”고 김 대표의 발언 논란에도 침묵하고 있는 더민주 의원들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정당에서 당론은 당연히 소수의 지도부가 아닌 다수의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분들의 뜻은 압도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이니 결국은 그렇게 당론이 결정될 것”이라고 당심을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처럼 어정쩡한 태도로 시간을 끌고 있으면 당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입장을 확실히 표명해서 국민과 지지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은 “김종인 의원은 “국보위에 ‘경제전문가’로 참여”라고 말했듯 그 선상에서 ‘경제민주화’에 집중”하고 “다른 사안에는 ‘정무판단’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아무리 따져 봐도 사드배치는 미국에겐 이익이겠지만 대한민국에게는 실익은 찾기 어렵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민족의 운명이 달린 이 문제를 국회에서 공식 논의해 국민적 합의 없는 사드배치를 막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정책임을 알면서도 대놓고 반대할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전국민적 반대 여론을 만들어 정부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