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개회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과 관련 11일 “‘효선이, 미선이 사건’ 때의 문제가 대두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 간의 결정 이후 다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도 2002년 대선 당시에 ‘효선이, 미선이 사건’으로 인해 지나친 반미 감정이 고조됐다”며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와 같은 문제가 대두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2002년 6월 13일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당시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두 여중생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터져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됐다. 네티즌 ‘앙마’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 이어졌고 12월14일 광화문 네거리에는 소파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10만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의 실리와 관련 김 대표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합의한 것은 물론 한미 방위조약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를 방위하기 위함이고, 북한이 날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점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상당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연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완강한 거부 반응을 표하고 있고, 심화될 경우 중국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곧 발동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민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간의 사드 배치에 대한 의사가 결정됐다고 할지라도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위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를 찾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보다 더 밀접한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드 문제가 결정이 났다고 해도 배치 자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염려되기 때문에 정부의 보다 더 적극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게 졸속으로 시행됐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는 아니라도 암묵적인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주변 강대국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또 사드가 배치 될 예정인 부지의 주민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심각하게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가 군비확장 경쟁으로 가득한 새로운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다시 외교안보전략을 정비해서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송영길, 추미애 의원 등이 ‘사드 배치 백지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권에서는 더민주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은 11일 “김종인 의원은 “국보위에 ‘경제전문가’로 참여”라고 말했듯 그 선상에서 ‘경제민주화’에 집중”하고 “다른 사안에는 ‘정무판단’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더민주는 확실한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을 지적하며 “이젠 국민의 당에서까지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냐”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일보가 사드를 반대하면 ‘반미좌파’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던데 그걸 겁내는 건가요?”라며 “조선일보에게 호평을 받고 싶으면 야당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 현안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클릭이 아니라 우유부단함, 비겁함으로 보일 수 있고 어디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민주 지도부는 눈치를 보고 있다. 이를 건드리면 ‘중간층’ 표를 잃는다고 걱정하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파’ 논객인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사드를 포기하자”라고 제안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어 조 교수는 “더민주 당 대표후보 및 대권주자들,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시해야 한다”며 “문재인은 과거 사드 배치 반대를 밝힌 바 있는데, 적정 시기 입장을 재표명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사드 배치는 개성공단 문제와 함께, 남북 문제‧한반도평화 문제에 있어서 피해갈 수 없는 관건적 사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1일자 31면 <[김영희 칼럼] 사드를 포기하자> ⓒ 중앙일보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