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칼럼 “나라 안팎 불난 집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데…한가한 유람?”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부터(25일) 다음달 4일까지 10박 12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로 장기 순방에 나선다. 이란을 다녀온 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은 2016년 5월 현재까지 대략 35개국이 넘는 국가를 방문했다.
이번 순방에는 대기업 22개사, 중소·중견기업 102개사, 공공기관·단체 42개사가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아프리카 3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도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참여하는 건 이례적 현상”이라며 “이번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은 우리 기업들이 마지막 ‘블루오션’ 시장인 아프리카 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 마련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이 긴장감도 없고 초점이 어긋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오태규 논설위원실장은 24일 “불난 집 주인의 ‘한가한 유람’ 아닌가”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나라 안팎이 마치 불난 집처럼 어수선하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가한 유람’처럼 비치기 십상인 이런 외교 일정을 꼭 이때 잡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오태규 실장은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외교 행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얼마나 긴장감 없고 초점이 어긋나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과 일본 방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는 데 중점이 있다”면서 또, “일본에서 최초의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도 지역정세의 관점에서 보면 미-일 동맹의 강화와 중국 견제의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을 둘러싼 긴장 고조는 남북관계에도 곧바로 여파를 끼치게 되어 있다”며, 더불어 “4.13총선 참패 이후 종잡지 못하고 있는 여권의 혼란과 민심 이반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마당에 과연 아프리카 순방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반문, “지난해 4월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반둥회의 60주년 정상회담을 외면한 채 브라질 등 남미 4개국으로 날아갔던 ‘한가한 나들이’의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6일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반 총장은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만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