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조선일보도 보도하는데…공영방송 KBS‧MBC는 왜 침묵하나”
KBS가 라디오에서 <시사저널>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를 전달한 기자를 갑자기 교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 라디오2국은 지난 22일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간추린 모닝뉴스’를 진행하던 이재석 국제부 기자를 갑자기 교체해 방송이 불방됐다.
이 기자의 교체 이유는 지난 21일 방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기자는 방송에서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에 1억2000만원의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다음은 KBS가 문제 삼은 21일자 <황정민의 FM대행진> ‘간추린 모닝뉴스’ 전문 황정민-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보도 이후에 파문이 커지고 있어요. 이재석-네, 그렇습니다.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경련이 지난해 말에 보수단체죠.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인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1억 2000만원의 거액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JTBC와 시사저널을 비롯한 몇몇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일단 전경련이 돈을 보낸 사실 자체는 확인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전경련의 공식 입장은 이렇습니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데, 맥락을 봐야한다. 지금 맥락에서 보면, 부정하는 맥락은 아닌 것 같고요. 또, 언론보도를 보면 전경련 관계자 비공식적인 얘기로는 “돈을 보낸 것은 맞긴 한데, 그 돈이 어버이연합이나 탈북자 단체들로 흘러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해요. 이 정도까지는 확인이 되고 있는 거죠. 황정민-그런데, 돈이 들어간 계좌의 주인은 누군가요? 이재석-그 계좌 주인이 선교단체 이름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교단체는 실체도 없고 활동 안 한지 오래된 것으로 확인이 됐어요. 이름만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계좌출금 내역을 취재진들이 확인해봤더니 스무 차례 넘게 수천만 원이 출금됐는데 그 출금된 장소가 모두 어버이연합 사무실 인근에 있는 은행에서 인출이 된 거죠. 어버이연합이 계좌의 실제 주인이라고 추측할 수가 있는 거죠. 설령, 선교단체가 주인이 맞다고 해도 전경련이 실체도 없는 선교단체에 돈을 부쳤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니까, 사실상 어버이연합이 계좌주인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황정민-그럼 이 다음부터는 사무실 인근 은행에서 인출을 안하면 추적을 하는 게 어렵게 되는 건가요?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재석-앞으로요? 언론보도가 나갔으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안 하지 않지 않겠어요? 황정민-다른 데서 인출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정황상으로 볼 때 탈북자단체에 돈이 넘어갔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또 무슨 내용이죠? 이재석-아까 말씀드린 그 선교단체 이름으로 돼 있는 계좌로 전경련으로부터 돈이 들어온 건데 그 계좌에서 어버이연합이 사실상 주인으로 보이는 그 계좌에서 탈북자단체에 3000만원 가까이가 넘어갔어요. 실제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집회에는 탈북자들이 상당수 동원된 적이 많고 세월호특별법 반대 집회에 참여한 탈북자들도 약 천여 명 정도 됐었는데 그때 일당을 2만원 씩 받았다는 내용들도 언론보도를 통해서 나왔었거든요. 황정민-이게 사실로 확인이 된다면 또 어떤 관점에서 봐야할까요? 이재석-어버이연합이 아시다시피 일부 어르신들이 회원으로 돼 있고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아주 강경하고 보수적인 집회를 열기로 유명하잖아요. 이를테면, 세월호특별법에 반대하고 유가족들의 단식을 오히려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랄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집회라던가, 전교조 해체를 주장하는 집회, 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법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꾸준히 열고 있죠. 또, 노동조합이나 진보성향 단체가 집회를 하면 같은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여는 것으로 어버이연합이 또 유명한데요. 전경련이 우리 경제의 성장이나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어버이연합에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면 애초 설립취지나 목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는 얘기가 되고요. 또, 전경련에서 돈이 넘어간 시점이 지난해 말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시점 전후로 어버이연합이 노동관련법 처리를 촉구하는 시위를 여러 차례 열었거든요. 물론, 노동관련법은 전경련이 찬성하는 법이고 노동계는 반대하는 법이죠. 그래서 전경련이 사실상 집회를 은밀하게 지원하고 동원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이죠. |
해당 프로그램이 속한 2FM의 김병진 부장은 <미디어오늘>에 “해당코너가 ‘간추린 모닝뉴스’이기 때문에 팩트 정도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추측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며 “시사프로그램도 아닌데 약간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경우가 있어서 예전에도 ‘중립적인 입장’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을 인용 보도한 것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KBS 기자를 쓴다는 건 우리 회사의 입장과 크게 어긋나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기자는 이전에도 다른 매체 인용보도를 수차례 했고 이는 저희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인용보도가 문제라면 외신 기사는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고 타매체 기자도 KBS에 나오면 안 된다”며 “가정법을 사용한 것 역시 ‘추측성 보도’가 아니라 기자가 신중한 것이다. 이런 식의 보도는 어느 언론사나 많다”고 반박했다.
‘회사의 입장과 크게 어긋나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기대가 있다’는 김 부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성 위원장은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KBS의 입장인가”라고 반문, “어버이연합이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았는데도 눈을 감고 있는 건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와 KBS기자협회는 오는 25일 기자 교체 사태와 관련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의 유착 의혹, 청와대 배후설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까지 나온 상황인데도 공영방송 KBS와 MBC는 침묵하고 있다.
22일 <미디어스>는 “조선일보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영방송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청와대의 해명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특히, KBS의 기자 교체와 관련 “과연 공영방송에 주어진 보도권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