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하듯 ‘개성공단 폐쇄’…‘한통속 보도’ 모두 망가져”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이른바 ‘육해공’ 차원에서의 전방위적 대북 제재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이나 유럽연합 등이 독자적 대북 제재를 취할 방침도 공개되고 있다.
유엔 등의 대북 제재가 취해지면서 제재의 목적이 북한의 핵 실험과 로켓 발사 중단이나 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냐 아니면 북한 정권 교체까지 포함하느냐, 또는 북한 주민의 생활에 까지 지장을 주는 것이냐의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제재의 범위나 그 정도는 한국정부가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이어 남부교류 전면 중단, 인도적 대북 지원 중단 검토 등을 연이어 내놓고 추가로 제재를 취할 방침을 밝히면서 그 범위나 정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핵 실험과 로켓발사를 응징하는 것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한국 정부의 경우 그 방식이나 그 대상의 폭이 북한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이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보상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보상이 아닌 지원에만 방점을 찍는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남북경제공동체에 동참했던 기업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전면적인 회복이나 배상 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뉴스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청와대 측의 평가를 가감 없이 옮길 뿐 언론 본연의 검증이나 사실 확인 과정을 생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3일 [〈유엔 北제재〉 개성공단 결단 기여…"사드, 일정부분 상관관계"(종합)](03/03 11:09)기사 리드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일 강력한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한중 정상간 통화도 기여했다고 청와대는 평가하고 있다”라고 써 ‘셀프 제재’라는 비판을 받았던 개성공단 패쇄 조치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기여했다고 썼다. 이 기사는 ‘청와대의 평가’를 받아쓰는 식이어서 환경 감시 기능이라는 언론의 역할은 실종상태다.
연합뉴스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 때는 물론이고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때도 유지됐던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대응 태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라고 썼지만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은 줄기차게 ‘핵실험과 미사일에 국한한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민생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것에 비춰 청와대의 아전인수격 분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개성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던 전기와 수도를 끊어버린 것은 북한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유엔 안보리의 방침과도 정면 배치된다.
유엔뉴스 센터는 3일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과 관련한 〈DPR Korea: Ban welcomes Security Council measure tightening and expanding sanction〉 기사에서 결의안은 대북 제재조치가 북한 주민이나 북한 경제 활동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면서 “Finally, the 19-page text underlines several times that measures imposed by it are not intended to have negative effects on the country's citizens. “Measures imposed […] and this resolution are not intended to have adverse humanitarian consequences for the civilian population of the DPRK or to affect negatively those activities, including economic activities and cooperation.”라고 쓴 것을 참조하면 연합뉴스의 청와대 받아쓰기가 얼마나 낯 뜨거운 것인지 분명해진다.
연합뉴스의 이 기사는 〈통일뉴스〉가 2일 〈"대통령께서 기업인의 피해를 보전해 주십시오"〉(03.02 18:10:57) 기사에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개성공단비대위)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3차 총회를 개최, 기업의 피해 보전과 근로자 생계 대책, 거래업체의 피해 구제를 대통령에게 호소하면서 “북측 근로자 5만 4천여 명, 4인 가족 기준으로 20만 명 이상의 북측 주민들이 생계가 막막해 졌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졸지에 도산과 실직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북한을 제재할 필요가 분명히 있지만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태 진전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기업인과 근로자,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이와 같은 제재는 인권과 인도주의 차원에서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는 내용과 크게 대비된다.
통일 뉴스의 이 기사는 “이날 총회에 참석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개성공단 대책위' 소속 양승동 변호사는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며, 개성공단비대위가 앞으로 ‘행정쟁송, 헌법소원, 민사 손해보상 소송’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쓰고 있어 연합뉴스의 청와대 받아쓰기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자명해진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시점에서 나온 러시아, 미국의 태도에 비춰보면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과잉 반응이 아니냐 하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는데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YTN은 3일 〈러시아, "대북제재에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영향 없을 것"〉(03-03 09:59) 기사에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이 새로 도입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도 남북한과 러시아 3각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르킨 대사는 러시아의 특정 경제이익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나진~하산 구간 철도를 이용해 중국 남부 지역과 한국으로 러시아 석탄을 수출하는 사업이 그 가운데 하나이고 나진~하산 사업에 따른 석탄 공급과 관련해선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통보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2일 〈U.N. Security Council Adopts Toughest North Korea Sanctions Yet〉 기사에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기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고 [The Russian ambassador, Vitaly Churkin, echoed China’s opposition to the missile shield and warned that the sanctions not be used to “choke off the North Korean economy.”]라고 보도했다.
YTN은 3일 〈백악관 "대북 제재, 북한 지도부 겨냥"〉(03-03 03:52) 기사에서 “미국 백악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가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제재는 금지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북한 지도부에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라고 보도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추진에서 제시된 여러 논리나 결정 등에 비춰 그 타당성 여부를 정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우 최근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취하면서도 납치자 문제에 대한 대북 협상 방침을 밝히고 인도적 지원 계속 방침 지속도 언급하는 것은 정부가 대북 제재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국내 문제를 최소화 하려는 배려와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도 군사독재 시절과 같이 민관군이 하나가 된다는 식으로 남북 관계를 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개성공단 폐쇄나 위안부 문제 한일 정부간 합의에서 사전에 당사자 협의나 공론화 과정 등을 일체 생략한 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부친 것은 21세기 협치의 정치와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제 4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이 한통속이 되면 정부나 언론 모두 망가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