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권이 민주주의를 공중분해 하고 있다

거듭된 공중분해 형식 통한 민주주의 파괴, 막아내야

박근혜 정권이 정당, 노조활동, 학문의 자유, 일본군 성노예 범죄 청산 노력 등을 단 칼에 ‘공중분해’ 시키면서 민주주의를 짓뭉개고 있다. 독재정권의 성향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박 정권의 ‘공중분해’식 탄압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이후 줄을 잇고 있다.

돌이켜 보면 통합진보당이 해체된 것도 1년이 넘었고 해산된 통합진보당 측이 헌재가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은 ‘혁명 조직 RO'에 대해 대법원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사실 등을 앞세워 헌재에 재심을 청구한지 오는 2월 이면 만 한 해가 된다.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해 12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들 유엔자유권위원회(UNHRC) 진정 제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동섭 전 사무총장, 오미화 전남도의원, 김미희 전 국회의원, 이 변호사, 김기남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이재화 변호사가 지난해 12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들 유엔자유권위원회(UNHRC) 진정 제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동섭 전 사무총장, 오미화 전남도의원, 김미희 전 국회의원, 이 변호사, 김기남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헌재가 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적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정당 해산 심판이 없을만큼 상궤에 벗어나고 ▲해산 결정 시기가 대법원이 사실 관계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전이며 ▲소수 정당원의 혐의사실을 들어 수십만이 가입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 등의 비판이 제기됐었다.

박 정권은 2013년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 규탄 목소리가 높을 즈음 법무부를 앞세워 통합진보당을 불법 조직으로 몰아갔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위헌적 비판을 자초한 논리로 당을 강제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도 박탈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재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진보당을 공중 분해시켰다.

진보당 해산결정의 원인으로 제시된 결정적 증거인 RO는 대법원 판결에서 그 실체가 인정되지 않았고 내란음모도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진보당의 공중분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헌재의 위헌적 공중분해 결정은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선생 사법 살인, 박정희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법 살인과 유사하다.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에 뿌리를 둔 종북 몰이가 수백 만 명의 유권자가 지지한 정당을 증발시키고 한국 정치의 사상적 범위를 더욱 좁혀 놓았다. 이승만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국보법을 만들어 수구 세력 득세의 기반을 닦은 데 이어 박 정권도 분단 대립구도를 악용할 쇠몽둥이를 하나 더 챙긴 셈이다.

정부가 얼마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것도 유엔이 반대하고 헌법에서 보장한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공중분해 시킨 조치다. 역사학자와 관련 전문가 90%가 반대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정부가 밀어붙인 것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이 아니라 교육부의 시행령을 통해서 였다. ‘시행령 정권’은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 강화 조치도 시행령에 구겨 넣어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박 정권은 시행령이 모법에 부딪히거나 모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제동을 걸려던 새누리당 원내총무를 찍어내기 식으로 몰아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행정부가 입법권을 공중분해한 사례다.

민주노총의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경찰이 소요죄를 적용하려 시도하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시위의 자유를 정부가 공중분해시키는 폭거다.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시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위 사전 허가 등과 같은 독재정권식 조치만을 남발하고 있다.

박 정권은, 노동계가 비판하는 노동악법의 국회 통과를, 청와대 허수아비 꼴인 여당을 앞세워 통과시키려 시도하면서 행정 지침으로 노동자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저성과자 제도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조건 약화’ 등은 노동 현장을 노동 지옥으로 만드는 조치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재벌을 챙기기 위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공중분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는 최근 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가 적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한 것도 사법부가 노동자 조직을 공중분해를 시도하는 결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 택 근)은 ‘단지 9명의 해고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6만 여명의 조합원과 15년의 역사를 가진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가 다시 한 번 벼랑 끝으로 몰렸다’며 ‘헌법상 기본권을 부정한 판결’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항소심에서 패소한 지난 1월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열린 전교조 결의대회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항소심에서 패소한 지난 1월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열린 전교조 결의대회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사죄, 배상 등을 요구해온 것에 대해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일본 정부와 야합식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두 번 죽이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일본군의 야만적인 성범죄로 전 세계에 약 20만명의 성노예 할머니들이 피해 당사자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적절하게 청산하는 철면피한 태도에 동조한 것이다. 이는 일본 군국주의 성범죄 진상 규명과 올바른 청산 운동을 공중 분해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공중분해 형식을 통한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야당 등 정치권은 무능과 무관심, 무대책으로 제대로 대응하거나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무기력은, 박 정권이 여러 사안에 대해 공중분해의 전횡을 일삼게 된 이유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야권은 최근 탈당과 분당, 합당 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이른바 새로운 정치의 주장이나 행동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정치 조직들은 서로 영입 경쟁을 벌이지만 공천을 앞세운 당 대표 체제의 군사문화 유산 등을 해소할 정당 구조의 개혁이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같은 혁신적 공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경우 박 정권의 공중분해 작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두환 살인마 정권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이 야당의 기수가 되어 ‘운동권 정치’ 청산을 거침없이 입에 올리고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현 정권의 공중분해 전략에 맞설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가 정말 걱정되는 야당의 현 주소다. 4월이 다가오지만 절망감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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