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6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며칠 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대북 강경책으로 ‘급변침’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자 온라인 판에서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협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 같은 전제조치를 포기하고 논의에 합의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WSJ는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문제를 평화협정 논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곧이어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출처=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화면캡처>

관련해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연합>에 “분명히 말하면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다”며 “우리는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후 비핵화가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커비 대변인은 “북한은 우리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며 “북한의 제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비핵화를 강조해온 미국 정부의 오랜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각국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동시에) 병행해 추진하는 협상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협상’ 제안을 거부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 고위당국자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국제사회 다수가 그럴 거라고 보는데, 지금은 안전보장이사회 추가제재 결의를 도출하는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노력에 힘을 기울일 때”라며 “대화 부분을 얘기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하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 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이 2015년 11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WSJ 보도에 대해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트위터에 “박근혜 정권은 이 사실을 언제 통보 받았을까요?”라며 “지금이라도 6자회담을 재개하여 북핵 문제해결과 평화협정 체결 일괄타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방관하듯 있다가 제대로 뒷통수 맞지요. 평화협정을 남북간에 해야 하는 것을 미국. 북한간에 협의하면 대한민국은 낙동강 오리알이네”(kim*****), “어휴 진짜 우리나라 외교는 정말 유치원 외교네”(gyn*****), “이 시점에 평화협정 논의사실이 공개되는 이유가 뭐지? 미국이 강온 양면전략으로 간다면 강경책 일변도인 한국만 바보된다”(iru***), “북미간 평화협정 논의 자체를 국민은 몰랐고, 한국은 논의 테이블에도 없었다. 통일대박 외쳤지만 통일무능 정권임을 확인시켜주었다”(jpic*****), “엄청난 뉴스. 작금 북미 핵대결 정국에서 평화적 해결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가속화가 정답. 종북몰이 정권의 대북강경 일변도는 무리수 자충수”(j5***)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