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국민의당 행을 두고 일각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오히려 정 전 장관의 역할론을 기대, “(국민의당이) 보수로 기울지 않게 왼쪽 날개 역할 하면서 균형을 잡아주는 게 우리 정당정치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 전 장관의 국민의당 합류와 관련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가지 측면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정치적 선택 아니겠나”며 “정치 재개하는 정동영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유씨는 정 전 장관이 “더민주로 가면 총선 이후에도 자신이 움직일 공간이 없을 것이고, 반면에 국민의당 경우는 자신의 공간이 있을 것으로 보았을 것”이라며 “2007년 대선 이후 더민주를 경험했던 그로서는 더 이상 그리로 다시 들어가 무엇을 할 엄두가 안 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정체성 문제도 그렇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이나 정체성이고 뭐고 그런 거 없다. 선거 앞두고 다 끌어 모으는 건 두 당이 매한가지다. 더민주가 더 진보적인가”라고 반문하며 “김종인, 이수혁, 김현종으로 이어지는 발언들을 보면 국민의당의 중도는 저리가라”라고 주장했다.

▲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이 19일 오전 전북 순창군 복흥면 비석마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정 전 장관은 21일 <정동영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진보진영의 우려에도 불구,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많은 분들이 국민의당에 대해서 걱정하고 실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보수화 흐름에 왼쪽 날개를 달아주고, 야당다운 야당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균형자’가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도 당 대표부터 개성공단과 남북문제에서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한미 FTA 추진 주역을 영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쪽으로 급속히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당마저 새누리당과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게 되면, 우리 사회는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신자유주의와 보수화가 굳어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하며 “우리 국민의 30~40%가 지지하는 진보를 대변할 주류 쪽 공간은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정 전 장관은 <정동영이 더민주에 가지 않는 이유>란 제목의 또다른 글을 통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국민의당 합류를 비판하며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적통임이 분명해졌다”고 한 데 대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반발했다. <☞ 관련기사 : 문재인 “정동영 국민의당 합류 잘됐다, 구도 간명해져”>

그는 “제1야당의 대표는 살아온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 만한 분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며, 그리고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그런 분을 삼고초려까지 해서 야당의 간판으로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에 앉혀놓은 분이 바로 문재인 대표”라며 “저도 개인적으로는 잘 알고 경제분야에서 자문을 얻은 적도 있지만, 민주 야당의 얼굴이자 대표가 될 수 있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의원들에 대해서도 “예전 같으면 초재선 그룹이나 개혁적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 ‘영입 반대나 퇴진 성명’을 내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이 정권 저 정권 왔다 갔다 하는 철새 대표는 안된다’며 식물 대표로 만들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은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아 버렸다. 그것이 계파 패권주의가 작동하는 더민주에서 개혁‧진보그룹이 취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이 점이 “더민주 안에서는 의미 있는 ‘합리적 진보’의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고 결로 내린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