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연봉이 9500만원인 귀족노조”라고 언급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언론이 회사 실명을 밝힐 줄 몰랐다’는 군색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한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자신들을 “연봉이 9500만원인 귀족노조”라고 언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이 17일 “언론이 실명 보도할 줄 몰랐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 청와대

만도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귀족노조’ 운운한 것은 사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만도라는 회사가 국무회의에서 논의될만한 규모의 사업장이 아닌데도 불구, 직장폐쇄가 되고 2시간 후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면서 최 사무국장은 “사전에 관련 내용이 보고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사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연봉을 거론하며 귀족노조 운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귀족노조’ 발언 이후 조합원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연봉을 많이 받는데 뭐가 아쉬워 파업을 하냐’는 식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19일 <경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성의는 지난 1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미 언론사들이 정정보도를 냈는데도 불구, “연봉 9500만원은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귀족노조’ 발언에 대해서는 “고소득 귀족노조는 파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고소득 근로자까지 파업을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언론이 만도지부를 구체적으로 실명 보도할 것까지 예상하지 못했고, 국정운영자로서 노사 분쟁이 원만하게 타결되길 바란 것이기 때문에 단결권 침해와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go발뉴스’에 “대통령은 공인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만남은 자신의 말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나는 것”이라면서 “그런 자리에서 만도를 지칭했다는 것은 만도가 귀족노조임을 의미하는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결권 침해와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 권 변호사는 “노동조합에 대해 ‘귀족노조’라고 지칭한 것보다 더 치명적은 욕은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사 간의 분쟁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노조와 사측이 서로 양보해 잘 합의하라고 했어야지 귀족노조 운운한 것은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식에 인터넷 등 SNS에서는 “생산직 근로자에 연봉 9500 주는 곳도 잘 없지만, 설사 연봉 9500이다 치자. 생산직 근로자는 연봉 1억 받으면 안 되냐?”(skyb****), “연봉이 9500이면 파업 못하나? 직업 특수성도 있고 회사랑 노동자의 다툼인건데 연봉이 많다고 대통령이 개입이네?”(iinw****), “차라리 내가 대통령이었는줄 몰랐다고 해라”‏(@Blu****), “줄줄이 소송 당할 기세ㅋㅋ”(@may*******), "이명박은 사장이라서"(‏@dh***), "언론 앞에서는 거짓말 안한다? 이 말도 거짓말! 사깃꾼!"(@for1*****),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참 비겁한 MB. 이 나라 언론을 받아쓰기 언론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당신입니다!"(@sy***)라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만도지부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7일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한 발언에 대해 같은 해 12월 소송을 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노조가 파업을 해 사측이)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귀족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지부는 “노동3권은 소득과 관계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연봉 9500만원 또한 사실이 아니다”며 단결권 침해‧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만도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9000만 원 이상이라고 보도한 언론사들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거쳐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