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서명’에 재계 ‘임직원 동원’…‘실적 보고’ 의혹도

네티즌 “노동자들 강압하겠네, 독 되는지 모르고 사인할 수도”…野 “관제서명운동”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사상 초유로 입법 촉구 서명 운동에 동참해 관심을 모았던 재계 주도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각 회사와 임직원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 ‘관제서명운동’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참여연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20일 경제단체와 6개 금융협회가 박 대통령의 13일 신년 담화 다음날인 14일 소속 기업‧기관들에게 임직원 등으로부터 ‘입법 촉구’ 서명을 받아 줄 것을 요청한 공문들을 공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동관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38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서명 운동본부’를 발족해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18일 현판식을 개최했다.

노조‧참여연대 “재계‧금융계, 靑과 교감하며 펼치는 관제서명‧여론공작”

이후 박 대통령은 18일 7개 부처 정부 합동 업무부고에서 재계 주도의 해당 서명운동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섰겠나,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판교 네오트랜스빌딩 앞 광장에 설치된 서명부스를 방문해 경제활성화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에 서명했다.

이같은 흐름을 지적하며 사무금융노조와 참여연대는 실상은 재계와 금융계, 일부 사용자단체들이 청와대와 교감하며 펼치는 전형적인 ‘관제 서명’이자 ‘여론 공작’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32개 경제단체·업종별 협회에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국민운동 추진본부’ 관련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대한상의 “서명 인원 일일현황 취합해 보고하고 온라인 서명 유도도 요청”

대한상의는 공문에서 “오랫동안 국회에 머물러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며 “귀 기관의 임직원 및 회원사들이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명 참여 대상으로 각 협회‧단체 사무국 및 회관 입주자 임직원, 회원사 임직원, 각 기관 주관 행사‧교육‧세미나 참석자 등을 명시했다.

대한상의는 또 행정사항으로 각 협회‧단체에게 서명 인원의 일일현황을 취합해 보내고 서명운동 추진 현수막을 제작해 회관에 부착할 것을 요청했다. 또 온라인 서명을 홍보하고 동참을 유도할 것을 요구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즉각 이행에 착수했다. 대한상의의 공문이 발송된 같은 날 17개 손해보험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빠른 각 사의 서명 운동 참여를 요청한다. 붙임양식에 따른 서명지 원본을 2016년 1월 20일(수) 오전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생명보험협회는 서명 대상에 회사소속 임직원 뿐 아니라 실정법으로는 독립 사업자로 되어 있는 보험설계사들까지 적시했다.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참여연대, 박원석 의원은 “청와대의 청부를 받은 서명운동을 재계와 금융계가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에 동참했다”며 “일반 국민들의 서명운동처럼 둔갑시키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얄팍한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대통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재계와 금융계의 보여주기식 서명운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금융‧보험업계 종사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난 14일 대한상의의 공문 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대한상의가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6개 단체 소속 기업들에 공문을 보내왔다며 “임직원들에게 경제살리기 법안 입법 촉구 동의서를 받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좀 물어보니 매일 상공회의소를 통해 청와대로 각 회사별 동의서 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며 ‘청와대 실적 보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그는 “인터넷 좀 찾아보니 법안에 M&A랑 구조조정 세트로 쉽게 처리되는 법안”이라며 “직원들한테 구조조정 쉽게 하는 동의서를 받아 달라? 미친 것 아니냐”고 분노를 표했다.

네티즌 “공공부분은 짤없이 동의서 쓰겠네…사채업자와 뭐 달라”

해당 글에 네티즌들은 “어디에선 또 지위를 이용해서 강제적으로 동의받겠네요”, “노동자는 동의 안하겠지만 사측은 두손 두발 들고 찬성할 듯”, “동의서를 받지 않아도. 받았다고 할까봐 겁이 나네요”, “정부 지금 하는 짓거리가 사채업자 못지 않네요. 신체포기각서와 다를 게 뭔지?”, “사장이 돌리면서 사인해 하면 사인 안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요, 강압 막으려면 노조가 필요한데”,

“금융권 구조조정이 많은데 어떻게 될지 걱정부터 앞서네요”, “노동개혁 TV광고, 지하철 광고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진짜 가지가지하네요”, “독이 되는지도 모르고 동의서에 사인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듯, 욕만 나오네요”, “이거 공공부분은 짤없이 동의서를 쓰게 되겠는데요” 등의 분노와 우려를 쏟아냈다.

2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서명 인원을 취합하기 위해 매일 서명인원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관제 서명운동 주도한 것인가?”라며 “애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함으로써 서명운동이 관제운동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혹여라도 청와대가 경제단체들을 앞장세워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관제운동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경제단체들을 앞장세워 서명운동을 했다면 대통령의 장외정치이고 선동정치”라며 “불통과 독선의 정치를 중단하고 국회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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