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서울의 한 인쇄소에서 수만장의 찬성의견서 출력‧인쇄 작업이 이뤄져 당일 교육부에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19일 <경향신문>은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올역사)’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마감 직전 트럭에 싣고 교육부에 간 수십 개의 박스들에 개개인의 찬성 의견서가 담긴 것이 아니라 국정화 지지 세력이 일괄적으로 출력한 인쇄물이 대거 포함된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좋은 교과서, 정직한 교과서, 올바른 교과서를 지지하는 500인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친북교과서 추방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쇄소 관계자는 <경향>에 “지난 2일 오전에 ‘오늘 밤 12시 전 세종시 배달까지 끝내야 한다’는 4만부의 인쇄물 주문이 급하게 들어와서 작업해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역사) 스티커가 붙은 박스들이 인쇄소에 전달됐고, 인쇄물을 거기에 담아 교육부로 보냈다”면서 “주문한 대로 급히 출력만 해서 보냈을 뿐 내용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찬성의견서를 제출한 ‘올역사’에 대해 명의도용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보좌진은 교육부의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수렴 자료를 열람한 결과 필체와 양식이 동일한 다수의 찬성 의견서를 발견했다”고 전하면서 “결국 박근혜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또 “(박 정권은)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대다수를 차지하자 찬성 여론을 급조하기 위해 불법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 정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차떼기 당에 이어 차떼기 교육부’라는 비난과 함께 박근혜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BC 이상호 기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작으로 정권을 탈취했으니 지속적 여론조작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평상시는 언론과 국정원 관리단체들을 이용하고 급하면 이렇게 찍어내면 되는 것”이라고 비꼬면서 “야수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도 세상은 평화롭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그런가하면 이상호 기자는 “언론 저항은 미미하니 무시하면 되고 야당은 이제껏 잘해주고 있으니 고마울 뿐”이라고 냉소, “세상에 어떤 야당이 선거 쿠데타를 용인하고, 대국민 공약 사기를 넘어가고, 세월호를 흥정하며, 역사 쿠데타를 좌시하면서도 여전히 표를 얻기를 기대한단 말인가”라며 야당을 질타하기도 했다.

MBC 해직언론인 최승호 PD는 박근혜 정권을 향해 “이 자들은 도대체 ‘룰’이라는 걸 모르는 족속이다. 반칙의 제왕들”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