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 역사에서]
- 임금피크제

언젠가 언제가 있었던 일이다.
곰이 동굴에서 백일을 참고 사람이 되었다.
인류사에서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는 사람이 된 곰은 없었다.

언젠가 언제가 있었던 일이다.
최치원은 두류산에서 숨어살다 학이 되었다.
더러운 인간사에서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는 새가 된 사람은 없었다.

언젠가 언제가 있었던 일이다. 아니, 고려 때다.
한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산에 버렸다가 해 진 뒤에 몰래 업고 내려왔다.
사람이 된 동물이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는 짐승이 사람이 되기 어려운 때였다.

언젠가 언제가 있었던 일이다.
자식들 일자리를 위해 아버지들 봉급을 깎아냈다.
고려장을 잊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는 한반도에서 곰을 볼 수 없게 된 때였다.

언젠가 언제가 있었던 일이다.
윗돌을 빼서 밑돌 고이면 돌무더기가 늘어난다.
부자들 돈을 베풀어 쓰면 국가가 가난해진다.
언제인지 모르는 자 짐승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