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문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확히 뭔가.

쉽게 말해 박 대통령이 주문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윗물이 썩었는데 아랫물에 침 뱉는 격”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재벌대기업의 빨대 효과다. 재벌 대기업이 쭉쭉쭉 빨아대고 있지 않나. 다 빨고 남은 것 가지고 정규직, 비정규직 나눠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중산층 공격이라고 한다. 이 중산층이 더럽다고 침을 뱉는 정책이다. 이건 낙인이다.

박근혜정부가 낙인찍기를 잘하는 것 같다. ‘유승민은 배신자!’하는 것처럼, ‘정규직은 이기주의!’ 이러면서 낙인을 찍는 건데 사실은 이게 왜 문제가 됐냐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의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봉으로 보면 1대 1.7 정도고, 신입사원과 정년사원의 연봉 차이는 1대 3 정도 된다. 그런데 임원과 일반 사람들은 얼마정도 될까? 보통 1대 100 또는 1대 1000 정도가 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사장이 146억 받았는데 최저임금 연봉자와 계산해보니 1대 1000정도다. 이런 거 그대로 놔두고 정말 이제 남은 것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한테 개혁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조현아 기억할 텐데. 조현아가 땅콩회항으로 구속될 당시 대한항공이 2400억 원이 적자였다. 그런데 조현아가 그해 가져간 연봉이 14억 원이였다. 윗물이 잘못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아랫물에 더럽다고 침을 뱉는 몰염치한 개혁이라고 판단한다.

Q. 당정청이 노동시장 구조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고질적인 노동시장 2중 구조 해소,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는데 이 목적달성에 적합한 정책인가.

목적이 뭔가에 따라 다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노동구조개혁이 아니라 기업구조개혁이다. 기업간 불평등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재벌이 중소기업 빨고, 자영업 빨아 먹어서 결국 임금 노동자에게 갈 돈도 없게 만드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편의점 사장들이 최저임금 못주겠다는 게 최저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본사에서 걷어가는 수수료가 높아서다. 기업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나오는 것이다.

그 다음의 노동구조개혁의 대단한 주제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소가 웃을 일’이다. 원래 고용유연화가 너무 심화돼서 청년 실업이 만들어졌다. 청년실업 원인은 고용유연화 때문이다. 대기업은 일자리 줄이고, 하청업체에 넘기고, 중소기업은 50%가 하청업체다. 그런데 거기서 또 대기업이 수수료를 뗀다. 그러니까 중소기업은 고용할 여력이 없다.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MB정부 때는 신입사원들 연봉을 깎았다. 이번 박근혜 정부 때는 장년들의 연봉을 깎는 것이다.

Q. 사실 지금 노동시장구조개혁으로 나오는 임금피크제, 중규직 신설 같은 이야기는 연초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미 말을 꺼내서 반발이 심했었다.

그것도 똑같은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뭔가. 연봉 8천만 원, 6천만 원 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다. 이런 사람들의 연봉을 일방적으로 천만 원 이천만 원씩 깎겠다는 것이다.

정말 깎아야 하는 건 그보다 더 위의 연봉인데 중산층 연봉 깎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걸 ‘중산층 공격 정책’이라고 한다. 더 아래는 이미 다 발라 먹은 살점이다. 이제 좀 살점이 남은 곳이 중산층인데 여기 발라 먹겠다는 것이다. 그럼 내수가 더 죽고,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이렇게 깎아 내면 재벌들은 좋다. 이번에 재벌들이 쌓아둔 사내유보금만 710조라고 하지 않나. 그 돈의 10%만 고용으로 돌려도 청년 실업은 그냥 해결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입사원, 비정규직 깎다가 이제는 중년층으로 올라온 것이다.

Q.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어떤 대책이 있나.

방법이 없다. 입법 문제면 이걸 막을 수 있는데, 시행령이나 정책 문제는 손을 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러면 노조나 시민들과 함께 해서 막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이 알다시피 10% 밖에 안 된다. 거기다 중산층을 공격하는 것이다. 거기에 저소득자들은 공감하는 사람들 많다.

예를 들어 누구는 6천~8천만 원 받고, 나는 2천~3천만 원 받는다고 할 때 6천, 7천 받는 사람들 공격하는 것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10년 가까이 지속돼 온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도 책임 있다.

이 문제 가지고 싸우기도 힘들다. 중산층 공격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라고 해도, 저소득층에서는 ‘난 이미 망했어요’ 한다. 사회적 동의를 받아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성이 그렇게 노동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몇 개월 만에 이게 가능한 문제인가.

Q. 이인영 의원이 노동시장구조개혁 관련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리자고 했다. 어떤 생각인가.

노동개혁 자체에 대한 대화기구는 ‘NO’다. 양보를 한다면 기업구조개혁과 노동구조개혁을 위한 대화기구는 받을 수 있다. 그것도 1순위는 기업구조개혁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가 던져주는 의제 가지고 대타협 기구 만들 생각 없다.

Q. 만약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린다면 어떤 식으로 구성되고, 의사 결정에 어떠한 역할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나.

그건 잘 모르겠다. 뭘 원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이 의원이 제안한 기구는 국회가 주관하자는 건데 뭐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크게 기대 하진 않는다. 단지, 이 장이 만들어지면 기업 문제나 노동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사회적 쟁점을 만드는 정도의 장이 서는 것 정도이지, 합의라는 건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 박근혜는 자기생각만 하고 있잖나. 합의할 수가 없는데 뭘 합의 하나.

국회가 박근혜로 부터 좀 독립적이면, 정확히 말하면 여당이 박근혜로 부터 독립적이면 해볼 만하다. 그런데 여당이 ‘당정청이 한 몸’이라고 한다. 그럼 국회가 왜 있나. 당정청이 한 몸이라고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하고 합의를 어떻게 하나? 만약 기업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는 장이 만들어지면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겠지만, 기대는 많이 하지 말라. 야당도 뭐 별 기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 잘 알지 않나.

Q. 여당이야 정부와 국정운영의 한축이라고 하지만, 야당은 왜 국회에서 조차 힘을 못쓰나.

국회법 개정안 때 보면서 느낀 게, 그래도 박근혜는 싸움을 할 줄 안다. 피를 보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당은 싸움을 해도 골목대장 수준이다. 목숨 걸고 안 싸우지 않나? 박근혜는 이번 국회법 사태 때 목숨 걸고 싸웠다고 본다. 박근혜는 싸울 줄 아는 여자다. 싸울 땐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국회 환노위에서도 ‘노동법 통과 시키려면 나를 밟고 가라!’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으면 목숨을 걸을 줄 알아야 한다.

Q. 왜 야당은 죽을 각오로 저항하지 않는다고 보나.

몰랐는데, 국회 들어와서 알았다. 야당은 특히 새정치연합은 편하다. 만년 2등인데. 호남이 있기 때문에, 호남 가지면 2위는 된다. 죽을 각오로 싸우려면 새누리당처럼 아주 욕심이 많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보면 자기 밥그릇, 정권을 가지려는 그 밥그릇에 대한 정말 엄청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일사분란하다. 새정치는 밥그릇도 작고, 그런 강렬한 욕망도 가지고 있지 않다.

Q. 같은 정치인이고 정당인데, 새정치는 새누리당 같은 정권탈환 욕망이 없는건가.

그만큼 대통령의 권력이 크다는 걸 모르는 거다. 10년 밖에 집권을 안 해봤지 않나.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못했다. 자기가 무슨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김대중 대통령만 알았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지만, 대통령으로 봤을 땐 매우 순진했다고 본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 뭔지 몰랐는데. 그러니까 국정원, 검찰에게 그 권력을 나눠 줬다가 완벽하게 당한 것 아닌가. 국정원과 검찰에게.

보수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권력기구들이 있다. 나라를 말아 먹는 권력기관들. 그 기관들에게 다 자유를 줬다. 그리고 재벌한테 먹혔고. 몰라서 그랬다고 본다.

박근혜는 권력이 무엇인 줄 알고, 휘두를 줄도 알고, 이미 그 권력의 아주 깊은 맛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욕망의 정치도 있지만, 가치의 정치도 있다. 사람들이 가치를 가지고 혁명을 해온 게 인류의 역사다. 87년 민주화 운동을 권력 때문에 했나? 아니다. 그런데 새정치는 그것도 아니다.

Q. 정부여당이 하는 대로 노동시장구조개혁 놔두면 새정치연합 내년 총선 장담 못한다고 보는데….

아니다. 이건 그리 큰 사안이 아니다. 새누리도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이 제일 큰 문제다. 공천이 어떻게 되는지,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되는 지 이런 게 문제다. 그런데 새누리가 이 노동시장구조개혁 문제를 들고 나온 건 국정원 이슈를 덮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한테는 중요한 사안일지 모르겠다. 청년실업문제 나오면 정권이 흔들흔들 하니까.

Q. 그럼 이 이슈가 얼마나 갈 것으로 보나.

모르겠다. 시민사회에서 함께 이슈화해서 해결해 가야 하는데. 이 이슈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 이 정부여당의 노동시장구조개혁 문제가 ‘매국행위’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공격하는 것은 매국이다. 재벌잘못, 국정원 잘못을 덮기 위해 국민을 공격하나? 그건 매국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이 이슈가 갈지는 한 1~2주 지켜보면 대충 알 것 같다. 그 안에 국정원 이슈가 덮히면 이건 또 죽고 국정원 이슈가 덮혔다 다시 폭발하면 이건 덮힐 것이다. 국정원 이슈와 같이 갈 것이라 본다.

Q. 24일부터 KTX 승무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파기환송심 심리를 시작한다. 어제부터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가 KTX 승무원 직접고용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오랜된 이 문제의 대책은 뭔가.

대책은 다 있다. 그냥 직접 고용하면 되는 것인데.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걸 못했다. 가장 아쉬운 게 이 문제다.

정책은 있는데 집행권한이 없다. 집행권한을 만드는 게 대책이다. 그러기 위해선 권력을 잡던지,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이 되던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정치적 행위를 하는지 이 셋 중 하나가 대책이다.

Q. 그럼 내년 총선에서 150석 이상 새정치연합이 가져야 해결 되는 문제인가.

그렇다. 안되면 대선까지는 봐야 한다. 만약 야당이 집권을 하면 노동에 있어서는 1~5순위까지 뽑고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건 입법을 안 해도 된다. 공공부문을 그냥 해버리면 된다. 이걸 노무현 정부 때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뭔지 노무현 정부는 전혀 몰랐다.

Q. 노동부 장관에 욕심은 없나. 얘기를 듣다보니, 하면 확실히 할 것 같다.

못한다. 다음 정권에 혹시라도 야당이 집권한다면 노동부 장관, 인권위원장, 기재부 장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법무부 장관 같은 핵심 부처장관들에 대해서 못해도 1년만 임기를 보장해 달라고 하고 싶다. 1년 버티기 힘들다. 아마 공격 엄청 받을 거다. 거의 다 털린다. 재벌이나 검찰, 국정원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대통령 죽일 수 있다. 장관 정도는 1년 만에 날릴 수 있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1년만 보장해 주면 그럼 약간 물꼬를 바꾸는 정도는 해놓을 수 있다.

무서운 싸움이 될 거라 본다. 죽이려고 달려 들 것이다. 매장 당할 각오하고 1년만 장관 하면서 이 문제 해결하려고 하면 물꼬가 터지고 그 다음 정권 또 다음 정권 정도로 이어가야 완성이 된다.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럴 기회가 저한테 또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Q. 당 문제로 돌아가서 묻겠다. 뼈아픈 질문이지만, 무능한 야당 꼬리표를 지난 MB정부 때부터 떼지 못하고 있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당 문제는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당 문제를 가지고 고민 많이 했고 바꿔보려고 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목소리조차도 낼 수 없다. 당 문제는 내 능력 밖이다.
친노나 비노나 다 똑같다. 어느 지도부도 당을 개혁할 능력이 없다. 당내 개혁 문제는 더 이야기 하고 싶지 않고, 새정치연합에서 은수미가 해야 할 역할은 노동 문제에 대해서 내야 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Q. 이번 국정원 사태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절규에 가까운 글을 봤다. 은 의원이 모진 고초를 당할 당시와 지금의 국정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 때의 기억과 아픔은 살갗에 쌓인다. 그런데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고, 강해서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상처를 극복한다. 물론, 아직까지 폐쇄공포증이 다 낫지도 않고 후유증이 있지만 자유롭게 그 때의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남영동 1985> 이런 영화도 일부러 본다. 하나의 치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제대로 된 정보기관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 정보화 사회를 인정한다면, 제대로 된 국민을 위해서 다른 쪽과 싸워 줄 제대로 된 정보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을 보면서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스파이가 공동 성명서를 낸다는 게 상상이 가나? 미쳤구나!

내가 고문 받을 때 무지막지한 사람들조차도 자기가 드러나지 않게 무진장 노력했다. 심지어는 자존감이 있었다. 애국을 한다는….

거짓말하고 속이는 게 국정원의 임무다. 거기에 또 하나 있어야 할 것이 반드시 들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들켜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이게 제대로 된 정보기관이다.

근데 어디 남 탓을 하고 어디 국민 탓을 하고 기가 막혀서 그랬다. 나를 고문하던 무지막지한 자들도 지금 국정원 보다 낫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지금 국정원은 덜 떨어진 곳이다. 대한민국 국정원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었나. 민간 해킹업체에 징징거리는 거나 할 줄 알고. 국민들한텐 위협하고.

그래서 국정원은 국내파트 없애고 대북과 해외 파트만 있는 제대로 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국민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