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안씨, ‘어버이연합’ 모욕 혐의 무죄 받아

法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 조각…무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어버이연합이 영화 평론가 이안씨의 <미디어오늘> 칼럼 중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안씨는 지난해 9월 9일자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죽음에 이르는 죄 가운데 첫 번째 큰 죄, 폭식”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유대학생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생명 존중 폭식 투쟁’을 한다고 나섰다고 비방하면서…‘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들의 본을 따른 것이리라. 늙어가면서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들을…”이라는 표현을 써 어버이연합에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다.

12일 ‘go발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안씨의 칼럼 중 일부 표현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만한 모욕적 언사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어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칼럼을 쓴 동기와 배경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던 유가족들 앞에서 이른바 ‘생명 존중 폭식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음식과 술을 섭취했던 ‘자유대학생연합’이란 단체의 행동과 그 기저에 깔린 사상이 어버이연합과 유사함을 지적하고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쓴 표현이라는 점,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해서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무죄판결 취지로 설명했다.

ⓒ go발뉴스
ⓒ go발뉴스

이와 관련 이안 씨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는 것을 보면서 어버이연합에 대해서는 알아서 피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고 소회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나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안 해도 되는 기소를 했다”며 “검찰이 (수사)의지가 있다기보다 기소하는 자체가 일종의 과정이라는 것을 무죄판결을 받고서야 알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안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이를 알렸으면 좋겠다”면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모욕죄로 기소됐을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번 판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판결이 ‘법리를 잘못 해석’, ‘모욕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다음은 ‘go발뉴스’가 이안 영화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어버이연합이 문제 삼은 칼럼,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영화와 관련한 칼럼을 쓴 거였고, 영화 <세븐>의 연쇄 살인에 있어 ‘폭식’이라는 부분이 어떻게 죄가 되는지를 조명하는 글이었다. 이런 정도의 표현으로 모욕죄로 고소 당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Q. 어버이연합의 고소에 검찰은 기소했는데.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아는 법률전문가 분들께 자문을 구했다. 그 분들 하는 말이 ‘그 정도로 기소되지 않는다’며 모욕죄 성립이 안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몇 달 후 기소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면서 검찰이 어버이연합과의 조정을 받겠느냐고 묻더라. 어버이연합은 재판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고 조정을 원한다고 했다. 200~300만원의 합의금을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세월호 단식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도 있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도 있고 해서 합의를 하지 않고 재판을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검찰이 하는 말이, ‘그렇게 변호사 비용 들여서 재판까지 할 정도로 돈이 많냐’고 묻더라. 어이가 없었다.

Q.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 과정은 어땠나.

재판을 들어가니 정작 검사는 기소 내용을 모르더라. 너무 이상해서 1심 공판 때 변호사님께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런 경우 수사 검사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 수사 검사가 기소를 하면 공판검사는 기록을 받아서 재판 시작하면서 보게 되기 때문에 내용을 모른다고.. 이 뜻은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대한민국 검찰이 반드시 기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더라. 이 소리를 듣고 내가 지면 안 되는 재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고 보나.

법률전문가들은 만일 무죄가 아니라 유죄가 성립이 됐다면 벌금형으로 50만원 정도를 예상했다. 벌금형의 문제가 아니라 재판을 진행하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시간을 들여야 한다. 또 변호사 선임비 등 재판에 들어가는 제반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스스로 피하게 되는 거다.

아는 판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어버이연합을 왜 건드렸냐고. 다시 말하면 어버이연합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불기소돼야 할 것도 다 진행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버이연합이 고소를 하고 검찰은 기소를 하고 이후 조정을 통해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면 어버이연합은 합의금도 받고 명분도 쌓게 되는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굉장히 악의적인 거다.

Q.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 이유는 뭔가.

무죄판결 받았으니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한 후에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100% 항소할 겁니다. 준비하십시오’라고 하더라.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제 항소 이유서를 받았다. 재판부는 칼럼의 일부 내용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어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법리해석이 잘못됐다며 항소했다.

Q.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판결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이를 알렸으면 좋겠다.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모욕죄로 기소됐을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번 판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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