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나쁜 안경 눈속임”…대규모 항의집회, 정용진 소송
골목상권을 고사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는 대형마트가 이번엔 골목 안경점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9일 전국 안경사들은 임시휴일까지 선언하고 서울역광장에 모여 이마트의 반값 안경테 판매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규모는 주최추산 5000여명, 경찰추산 2000여명에 달했다. 대한안경사협회는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마트를 제소한데 이어 정용진 대표에게도 소송을 걸 계획이다. 이마트에 안경을 독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전문기업 시호비전(회장 김태옥)도 공정위의 조사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여간 이른바 ‘반값 안경’ 행사를 벌이고 있다. 안경전문기업 시호비전이 낮은 단가에 안경테를 공급해 시중가보다 50% 정도 싼 499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측은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 해 안경테 가격거품을 뺐다”며 파격할인행사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트 측의 설명과 일반 안경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 영등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A씨는 ‘go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마트가 반값으로 판매하고 있는 안경테는 정상, 오리지널 테하고 비교해 마감상태, 테의 균형 등 소재부터 질이 떨어진다”며 “이마트는 싼 가격에 정상보다 질 나쁜 안경을 들여와 팔면서 마치 정상 상품을 반값이나 할인해 파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와 시호비전그룹의 이마트 내 안경점에 대한 횡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마트와 시호비전그룹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물건을 공급하고, 이에 따라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면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재임대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안경원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실제 안경사 A씨는 “이마트에 독점적으로 안경을 공급하는 시호비전은 업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김 의원 측은 이번 이마트의 기획행사에 참여한 110여개 안경점 중 시호그룹이 관리하는 안경점이 과반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로 인해 대량 주문한 3만개의 안경테를 시호비전 그룹 측에 몰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호비전 그룹은 안경점을 직영하거나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전국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마트와 함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이마트 내 115개 안경점 중에서 시호비전 직영점은 13개다. 김 의원의 추정이 사실이라면 과반 중 13개를 제외한 40여개가 재임대 방식의 대리점이란 말이다.
이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제보가 들어와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답했다. 한편, 이마트의 반값 안경 행사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