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알바]
-10원짜리 공화국의 소녀에게

▲ 서해성 소설가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나는 10원짜리다.
공중전화도 걸 수 없는
버스삯도 한참 못 되는
나는 10원짜리다.
1만 개를 받아도
4만 개를 받아도
나는 10원짜리다.

나는 불법은 아니지만
나는 불법 이하다.
나는 병명은 아니지만
나는 불치의 존재다.
나는 10원짜리다.
내 인생은 10원짜리다.

10원짜리 1만 개
내가 흘린 땀방울 숫자보다 못한
나는 10원짜리다.
집으로 들고 가기도 버거운
나는 자루에 담긴 10원짜리
눈물이다.

나는 10원짜리다.
10원짜리 공화국에서
10원짜리 하루를 꿈꾸는
나는 10원짜리 죄 없는 죄인이다.
나는 10원짜리다.

다보탑은 모를 게다.
알바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석가탑은 더 모를 게다.
돈도 본 적이 없으므로.
나는 10원짜리다.

나는 10원짜리다.
10원짜리 알바
10원짜리 인턴
10원짜리 청춘
나는 10원짜리다.
쓸데 없이 자루 가득 인생 무거운
나는 10원짜리다.

*10원 짜리 1만 개로 밀린 알바비를 받은 소녀는 19살이다.